중학교 진학 상담

by 민하

가을로 접어들 무렵, 리틀야구단에서 중학교 진학 관련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답답해졌다.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이라면 익숙했다.

아이의 공부, 친구 관계, 생활 태도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넘기 일쑤였다.

그런데 ‘감독과의 상담’은 달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묻고 들어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아직, 야구에서 말하는 진학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지 잘 몰랐고 바쁘다, 잘 모른다는 핑계로 알아보지도 않았다.


상담 당일, 처음으로 감독실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낯선 공기가 훅 들어왔다.

교무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의자에 앉아 머뭇거리는 나에게 감독이 먼저 물었다.


“아이는 어느 중학교를 생각하고 계세요?”


나는 준비해 온 답을 말했다.


“저는 명문인 K중학교에 진학했으면 해요.”


감독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잘라 말했다.


“어머니, 솔직히 말하면 K중학교는 아이 실력이 안 돼서 갈 수가 없어요. 그 학교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꾸준히 한 아이들을 데리고 가요. 아이는 늦게 시작해서…”

“네…”

“중학교 진학하려면 중학교 감독에게 콜을 받아야 해요. 근데 아이는 아직 어느 중학교에서도 콜이 들어온 게 없어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콜’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오갔다.

마치 아이가 학생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선수처럼 느껴졌다.

아이의 의지나 가정의 방향보다, 누가 “데려가겠다”라고 말하느냐가 먼저인 방식이었다.

나에겐 그 방식이 낯설었고, 솔직히 말해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집이랑 가까운 D중학교도 갈 수가 없어요?”


감독의 답은 더 직설적이었다.


“어머니, 중학교는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한 통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D학교 감독님은 나이도 많으실 뿐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에 신경을 안 쓰세요. D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려면 어머님이 직접 학교를 알아보고 보내셔야 해요.”


그 말은 야구에 아무 인맥이 없는 나에게는 안 담했고, 동시에 씁쓸했다.

학교가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 ‘통로’로 규정되는 순간, 아이의 중학교 3년은 이미 성적표처럼 정리된 느낌이었다.

나는 또 물었다.


“B중학교는요?”

“거긴 올해까지 리틀 출신 선수를 안 받아요. 내년부터 받는다고 해서…, 지금은 안 될 거예요.”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중학교 선택은 집에서 거리, 학교 분위기, 담임 선생님 스타일, 학군, 아이 성향 같은 걸 종합해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받는다/안 받는다’가 먼저였고, ‘콜이 왔다/안 왔다’가 기준이었다.

나는 마지막처럼 물었다.


“그럼… 우리 아이가 갈 수 있는 학교는 없는 건가요?”


그때 감독이 말했다.


“C중학교 감독님이 아이를 봤는데 괜찮다고 하셨어요. 여기는 어떨까요?”


나는 그 순간,

내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제가 아는 게 없어서…, 오라면 거기 가는 게 답인 거죠?”

“네. 어머님, K중학교만 고집하기보다는 고등학교를 명문으로 보내려면 C중학교가 더 유리해요. 감독님도 젊은 분이라 어머님 성향이랑 잘 맞을 것 같고, C중학교에서는 K고등학교, B고등학교 진학도 가능하니까요.”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D군도 그 학교로 진학하니 같이 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제가 C중학교 감독님께 말씀 잘 드려 보겠습니다.”

“네, 감독님 감사합니다.”


아이를 위한 상담이라기보다, 어른들의 결정이 오가는 자리 같았다.

아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기보다, 아이의 다음 행선지를 ‘선택’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자주 그날을 떠올렸다.

왜 그때 더 물어보고 알아보지 않았을까?

아이에게 맞는 환경인지 단 한 번이라도 확인하지 않았을까?

나는 ‘명문’이라는 단어만 쥐고 있었고, 감독의 말을 ‘정답’처럼 들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사전 조사 없이, 누군가의 말만 믿고 아이의 3년을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이 상담 이후로 우리 아이는 아직 실력이 안 되는 아이로 인식되어 버렸다.

아이를 한 사람의 학생으로 보기보다, 필요한 전력으로 보고 연락이 오면 가고, 오지 않으면 못 가는 구조.

그 방식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계속 작아졌다.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감독 말만 듣고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감독의 정보는 참고일 뿐, 결정은 나와 아이가 중심이 되어 선택할 것이다.

최소한 해당 중학교 야구부의 운영 방식과 훈련 분위기, 진학 사례가 실제로 어떤지 감독·코치의 지도 스타일이 아이 성향과 맞는지 알아보고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콜’이 왔다고 해서 그게 곧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걸, 아이에게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느냐’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내느냐’ 걸.

중학교 3년은 진학을 위한 통로이기 전에 아이의 성격과 자존감이 자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배웠다.

그리고 그때의 후회는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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