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면허증이 있다. 물론 한국 운전면허증이다. 한국에서 연수까지 받고도 결국 장롱면허 신세였던 나. 말레이시아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운전을 해볼까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인 데다 이곳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보고 나서 운전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낯선 곳에서 좀 더 익숙해지면 생각해보자 했는데 결국 지금까지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운전을 하지 않으니
불편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이야 워낙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어 사실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가끔 아쉬운정도 였다면 말레이시아에서 운전을 하지 않으니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이 한국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껏 뚜벅이를 고집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겁이 많아서. 불편한 것을 감수하고 있는 중이다. 적응해야 할 것을 더 늘리고 싶지 않은 나의 게으름 탓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기동성이 떨어지고.. 가고 싶은 곳을 불편하게 가야 한다는 점은 있지만 마음은 편하다. 몸은 고되지만서도.
나의 이동수단 그랩 택시
사실 엄밀히 말하면 뚜벅이는 아니다.
많이 걷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그랩 택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에 버스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버스처럼 배차간격이 자주 있지도 않고 버스노선 자체가 다양하지 않기에 이용해본 적은 없다.
그랩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카카오 택시 앱을 부르는 것과 비슷하지만 그랩은 부를 때 택시비가정해진다는 점이 다르다. 그랩 앱에서 Car를 누르고 내 위치정보 찍고 가려는 곳을 찍으면 주변의 차들이 보이고 드라이버가 선택하면 차번호와 운전자 사진, 이름 등이 그랩에 뜨고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앱에서 보이는 목적지로 가고 있는 모습. 빨간색은 길이 막히고 있다는 표시
나는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그랩 택시를 얼마나 탔나? 대략 계산해봐도 수백 대의 그랩을 탄 것 같다. 평일 하루에 2번은 탔으니 한 달이면 40번.. 1년이면? 헉 소리가 나온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예전에는 그랩 택시가 저렴해서 이용에 부담이 없었는데 최근의 그랩 택시비는 후덜덜이다~
특히 출근, 퇴근시간과 같은 러시아워 시간뿐 아니라 요새는 12시에서 1시 사이 점심시간에도 택시비가 2배 이상 오를 때가 많다. 비가 오면 말할 것도 없고 차가 많이 막히면 택시비는 2.5배 정도는 오르는 것 같다. 평상시에 5링깃(RM) 거리가 이 시간에 맞물리거나 비라도 쏟아지기만 해도 10링깃 이상으로 올라간다. 요새 같으면 정말 그랩 택시를 계속 타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어쩌겠나.. 그래도 타거나 그냥 걷거나.. 아니면 운전을 하거나인데 아직까지는 운전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니 울며겨자먹기로 타는 수밖에.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는 절대 걷지 않는다. 열대지방이라는 걸 잠시 잊고(걸을 만할 줄 알았다) 한 번은 마스크까지 쓰고 그 시간에 걸었다가 진짜 길바닥에 눕는 줄 알았다. 걷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기진맥진.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 돌아왔어야 했는데 미련하게 계속 걸었다. 진짜 미련한 짓이었다. 그 후로는 되도록 그 시간대에는 걷지 않고 그랩 택시를 이용한다.
때로는 복불복
일상적으로 그랩을 이용하다 보니 참 다양한 드라이버들을 만났다. 탈 때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운전자, 조용한 클래식을 들으며 조용히 운전만 하는 운전자, 무슬림 여성 운전자, 한껏 멋을 부려 향수 냄새가 차 안 가득한 운전자, 70세는 넘어 보이시는 손을 떠시는 불안한 운전자 등. 개성 넘치는 운전자들이 참 많다. 운전자도 운전자지만 차는 어떠한가. 차종도 다양하지만 차 안의 청소상태는 더 다양하다. 그중 담배 쩐 냄새가 나는 차는 정말 타고 싶지 않지만 이 또한 복불복ㅜㅜ
그리고 가끔 안전벨트가 고장나 있는 경우가 있으니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이건 타야 알 수 있는 것이니.. 복불복인 셈. 이제껏 탔던 택시 중에 5~6번 정도는 안전벨트가 고장나있었다. 까나리액젓을 먹었다 치자.그런 택시를 타게 된 날은.
수많은 운전자들 가운데 가장 편했던 운전자는 내 나이 쯤으로 보이는 여자분들. 전부는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여성운전자 분들의 차가 깨끗한 경향이 있다.(간혹.. 아닌 분도 만났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애기다). 가끔 수다도 나눌 수 있는 푸근한 운전자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런 택시를 타면 내릴 때도 참 기분이 좋다.
말레이시아에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택시를 이용할 때면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외국에서의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다. 늘 긴장과 경계심을 장착하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찌 낭만 가득 생활만 있겠는가. 이곳에서의 생활 또한 여행이 아닌 일상이다. 우리의 일상이 낭만적이기도 했다가 때로는 절망적이기도 했다가 따뜻하기도 했다가 냉랭하기도 한 것처럼.이곳의 일상도 그렇다. 늘 여행온 기분으로 방방 뜬 마음으로 살지는 않는다.
택시 안에서 느끼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택시를 타면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2가지가있다. "Where are you from?" 그리고 "Are you Chinese?"
질문에 "South Korea", "I'm Korean" 이라고 대답했을 때 드라이버가 반가워하며 K-드라마, K-pop 이야기를 먼저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왠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된다. 나는 이렇게 가끔씩 택시 안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차 안 라디오에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노래를 들은 것도 여러 번. 한국 노래가 나오면 잠시 향수에 젖으며 역시 어깨에 힘~빡!!!~~ 들어가게 된다. 유치한가? 좀 유치하면 어떤가. 뿌듯한걸. 내가 키운 아이돌은 아니지만ㅋㅋ 한국어 노래를 말레이시아 택시 안에서 듣는 경험은 짜릿~~ 함이 있다.
나는 그랩 이용 시 현금으로 지불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등록하여 사용한다. 그랩 앱으로 택시 호출, 음식 배달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 이 앱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듯 하다. 길을 가다보면 초록색 그랩배달 가방을 실은 오토바이가 수도 없이 지나간다. 말레이시아도 배달음식 천국이다. 그랩 말고도 푸드판다 등 여러 앱들이 있다.
택시비에 톨비는 따로 추가
그랩 이용 시 톨을 지나면 보통 택시비에 톨비를 추가해서 지불해야 한다. 처음에 그걸 몰라서 바가지 씌우는 줄 알았다는.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2.5 ~3.5링깃 정도. 톨을 지나가는 경로라면 내릴때 톨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참고하시길~
제발 택시비가 예전처럼 저렴해지면 좋겠다. 요새는 택시를 부를 때마다 사실 부담이 된다.
제발 그랩비가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나는 계속 운전을 하지 않을 거니까. 나의 발이 돼주는 그랩 택시를 부담 없이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