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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Apr 21. 2022

할인 상품

작아진 아이 옷을 바꾸는 일




바지가 없네. 작아지고, 구멍 나고, 얼룩이 지지 않아 더 입지 못하게 된 아이 옷을 버렸다. 아웃렛 매장에 들러 아동유아 매장으로 갔다. 바지를 찾으며 매대에 금액을 확인하고 사이즈를 찾아 뒤적이고 있으면 어디선가 직원이 나타난다. 어떤 상품 찾으세요, 손님. 바지 이거 120 사이즈 있나요? 가격은 이거 맞죠. 큼지막하게 붙은 가격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상품마다 달라요. 가격표에 가격이 있어요. 아, 네.. 바지 속 가격표를 꺼내 확인해보면 크게 프린트된 광고 가격과는 차이가 난다. 아.. 이 가격이구나.. 네에.. 하고 매대에 바지를 놓고 자리를 떴다. 어차피 매대는 많으므로.





1+1 상품, 이월행사상품, 창고대개방. 다른 이름으로 행사는 자주 있다. 하지만  빠른 이들이 괜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선점해서 빠져나간 뒤에 준비 없이 매장을 들이닥친  같은 사람은 운이 좋아야 하나 건질  있는 것이다. 할인이 들어갔지만 성인 옷과 맞먹는 가격일 지라도 급하면 그냥 샀다. 인터넷이 물론 저렴히지만 검색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 소진이 커서 필요할 때마다 매장을 찾았다. 물려받은 옷이 많았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아기 때야   차이어도  차이가 많이 나서   많은 형의 옷을 매년 물려받았는데. 일곱 살과 여덟 살의  차이가 좁혀진 데다 아는 사람이 많던 지인은 나만 챙길  없었을 것이다. 아이 일곱 살부터 옷을 받지 못했는데 여덟 살이 되어 조금씩 컸는지  많던 옷들이 작아졌다.





결국 인터넷몰을 찾았다. 열 개가 넘는 광고를 휙휙 넘겨보며 괜찮아 보이는 브랜드로 들어갔다. 티셔츠 한 장에 3만 원, 그것도 할인이 된 가격이라니. 비싸네… 옷 좀 사라. 입을 잘 떼지 않는 남편이 말했었다. 옷이 워낙 많아 흘려들었는데. 키즈 모델이 브랜드 옷을 입고 세련된 포즈를 취한 채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이런 옷을 입히면 좋겠지. 잠시 망설이다 관심 목록에 추가하고 다른 브랜드를 찾았다. 더 저렴했지만 여전히 비쌌다. 18,000원. 할인 가격인데 왜 비쌀까.. 여태 얼마나 싸게 티셔츠들을 샀는가. 문득 새삼스러웠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저렴한 옷들이 나왔지만 저렴하면 저렴한 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 나는 싼데(다) 질(까지) 좋은 제품을 찾고 있구나. 그런 건 없는 걸까. 아웃렛은 한 두 바퀴 돌고 말았을 텐데. 같은 브랜드 사이트를 여러 번 들락거렸다. 한 시간 째, 클릭하고 하트 누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아웃렛 매장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에 있던 70% 할인이 들어간 브랜드 상품들을 찾았고 그곳에서 바지 다섯 개와 티셔츠 세 장을 구매했다. 결국 해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택배를 뜯어 아이와 함께 보았다. 관심 없는 듯하더니 밝은 색이 잘 어울린다는 말에 아이는 앞으로는 밝은 색 옷을 사달라고 했다. 하얀 면티를 입고 밝게 웃는 아이를 보며 남편과 나는 만족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에 물을 묻혀 헤어드라이기로 말려준 뒤 깔끔해졌어, 하고 말한다. 눈곱이 있나 없나, 아 없네. 또 말한다. 어디 보자~ 음 완벽해.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준다. 외모 가꾸기에 관심 없던 엄마는 아이가 자신의 용모를 단정히 가꾸는 데 신경 쓰길 바란다. 사실 이렇게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일곱 살 때부터 노력 중인데. 일 년이 지나니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 같다. 그 욕심이 내심 반갑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엄마도 귀걸이랑 목걸이, 반지 끼고 연예인처럼 하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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