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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Dec 30. 2022

전자피아노

새해에는 새로운 목표를




“즐거운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서, 일기 쓰기, 물건 정리를 하고 있는데. 뭔가 부족해요. 웃음이 나게 하는, 활력을 주는 활동이 빠져 있어요. 그래서 찾아보려고요.”


아이 친구 엄마와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했다. 오래 같이 앉아있으니 별 이야기까지 하게 되네. 다음에는 적당히 있다 헤어져야지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매일 시청하고 있다. 두 달 넘게 출연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이 많다, 첫 번째 드는 생각.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많네가 두 번째 생각.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저들처럼 내게도 깊이 파고 들 단 하나의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걸 취미로 삼으면 좋을까 하다 떠올린 게 피아노였다. 어릴 적 초등학생 때 여러 음악 수업을 들었다. 바이올린, 피아노, 플루트. 성악은 배우진 않았지만 합창단 활동을 했었다. 플루트와 바이올린은 소질이 없었지만 피아노와 노래 부르기는 나쁘지 않았다. 상도 받았으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취미 생활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오일파스텔, 색연필 세트를 샀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오붓하게 그림 색칠하며 시간 보내고 싶었지만 색칠에 몰두하려 하면 아들이 자주 말을 걸고 그만하고 다른 거 하자는 통에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면 혼자 하면 되는데 시간이 날 때면 막상 그림은 떠오르지 않았다. 로망만 있었던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환상 같은 것. 색연필 세트는 몇 달 전 같은 반 아이가 50색 색연필을 학교에 들고 와서 쓴다고 이야기하는 아들에게 쥐어주며 그림에 대한 집착도 버렸다. 재능이 1이라도 있는 음악을 다시 하는 게 낫겠지. 그래서 생각해낸 게 전자피아노였다.




아직 못 샀다. 이것도 로망만 있는 건지.. 사야지 칠 텐데. 중고로 들이면 되니 돈이 문제는 아닌데 사질 않고 있다. 이렇게 또 흐지부지 되는 건가. 쉽게 세운 목표는 쉽게 사라지는 건지. 피아노를 취미로 삼겠다고 선언하고는 생뚱맞게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이미 문법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냈다. 30명의 사람들과 같은 책으로 함께 공부하는 모임인데. 갑자기 영문법 공부라니. 영어에 사연이 있긴 하다. 대학 3학년에 휴학해서 1년 6개월을 매진하다가 모국어 실력 이상으로 영어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는 교훈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었기에 영어에는 회의적이었다. 새해목표 1순위에 운동과 함께 들어가는 게 영어일지라도 나의 새해목표에는 없던 건데, 갑작스럽게 시작을 해서 끝을 본 것이다.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냈기에 감히 끝을 봤다고 얘기해 본다. 영어문법책 읽다가 중도 포기한 분들 많지 않은가..




마지막 주, 그러니까 이번주에 내게도 중도포기의 고비가 있었다. 없던 일이 생겨났다. 사람관계에서 피곤한 일이 생기고, 아이 방학, 업무 변동사항 등이.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아이를 재우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서 멍하니 보다가, 영어생각이 났다. 고민도 않고 영어책과 노트를 펼치고 샤프를 들었다. 밀렸던 진도를 빼고 책을 덮고는 스마트폰을 다시 켰다가 피곤해서 잠을 청했다.




새해목표로는 무엇을 세우면 좋을까. 예정에 없던 영어공부를 1월 목표로 잡았다. 영어를 할 이유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피아노를 칠 이유도 없다. 피아노를 왜 친단 말인가. 처음 마음을 떠올린다. 즐거움. 누군가에게 현재 하고 있는 생각들을 전하니 “다애님은 일탈이 필요한 거네요~”했다. 일탈! 아무 일도 없는 게 감사한 일상이긴 한데. 배부른 소리인 것 같아도 나는 일탈이 필요했다. 그분은 평소 하지 않을 일들을 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가던 길 말고 딴 길로 가보기, 모르는 이들에게 친절 베풀기 같은 일들을. 늘 하던 일들, 그 속에 해야 할 일과 처리해야 할 일들만 잔뜩인 하루인데.




아직은 하던 대로 하고 산다. 대신 일탈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으니 신경이 쓰인다. 괜히 일탈을 목표로 두고 움직이게 된다. 이거 말고 딴 거 해볼까? 하는 식으로. 그렇게 늘 시키던 음식 말고 다른 걸 시켜 먹고. 늘 하던 생각 말고 다른 식으로 생각하고. 무표정으로 있고 싶지만 먼저 웃음으로 대답하고. 시도는 해보고 있다.


이러다 보면 내년에는 전자피아노를 사서 연주를 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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