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먹으니 배가 고프다
“비워야 돼, 비워야 돼.” 되뇌며 냉장고 속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나중에 먹으려고 넣어 둔 음식들인데 나중에 먹지 않고 버리는 게 더 많았다. 냉장고가 크긴 하지만 꺼내도 꺼내도 끝없는 재료와 식품이 있으니 며칠은 더 먹을 수 있겠다.
먹고 싶은 것을 바로 입에 채우는 기쁨. 좋기야 하지만 어찌 계속 그리 살 수 있나. 아이가 3가지 맛 사탕을 먹고 싶어 해서 사줬더니 매일 당연한 듯 사탕(뿐만 아니라 간식)을 사달라기에 용돈 줄 테니 그 안에서 사 먹으라고 했다. 어떻게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고 사냐며. 근데 엄마는 참새 방앗간을 자주 들렀네. 물떡과 어묵국물, 떡볶이, 칼국수, 잔치국수. 엄마도 절제하지 못하는데 아이에게 요구할 수 없다. 같이 안 먹던가 같이 먹던가. 이분법적 사고ㅎ 세끼 해 먹는 게 - 차리고 치우는 일이 - 어려워 한 끼 정도는 외식할 수 있지만 분식집은 참지 않고 들른 적이 더 많다.
1월에는 서재방 물건을 비우며 정리를 했고, 2월에는 주방 정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냉장고 비우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집에 있는 재료들로 최대한 차려 먹으려니 냉장고를 열고 골똘히 고민하게 된다. 아마 이런 이유겠지. 어느 것을 먹어야 가장 만족스러울까. 기왕이면 여기에서 가장 먹고 싶은 걸 고른다. 기한이 다 되어가는 반찬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저걸 어떻게 먹어야 맛나게 먹지. 그래봤자 요리 실력 없는 나는 비벼 먹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는데도, 늘 떠올린다.
한 끼 든든하게 먹고 세 시간 정도 지나면 허기진다. 비스킷과 커피를 먹거나, 초콜릿을 꺼내 먹는다. 사과를 깎고, 요거트를 마시기도 한다. 배가 금방 꺼지고, 자꾸 배가 고프다. 아이가 오려면 2시간이나 더 남았는데.. 저녁 먹기 전에 뭐 먹으면 안 되는데.. 힘껏 바깥에서 뛰어놀다 돌아온 아이에게 많이 먹으라고 말하고는 내가 더 잘 먹는다.
냉장고가 많이 비었다. 버리거나 먹어서 없애버리거나 둘 중 하나의 이유로 인해서다. 냉장고가 가득 찬 모습을 볼 때면 든든한 게 아니라 답답했다. 언제 저걸 다 먹지. 생각하면서도 메인 요리거리를 사러 마트로 갔다. 그래서 냉장고에 여백이 보일 때까지 먹고 있는데 허기지다. “그만 먹어야 돼, 그만 먹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