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모두 좋지만 그래도 봄이 좋은 걸 어째
햇볕에 비치는 싱그러운 초록잎은 누군가가 반질잔질 닦아놓은 것처럼 윤이 나고 반짝인다. 그 사이로 듬성듬성 매달린 진분홍꽃이 보인다. 카디건에 수 놓인 자수처럼 크고 탐스럽게 달려있던 동백꽃이 송이째 떨어져 바닥에 활짝 피어났다. 풀 사이로 고루 자리 잡은 꽃송이들이 일군 예쁜 꽃밭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새로운 모양으로 다시 태어난 동백꽃이 나무에 매달린 꽃 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다니. 겨울에 동백나무에 촘촘히 매달린 꽃송이들을 보며 예쁘다 생각했거늘.. 바람에 옷깃을 여미지 않고 어깨를 쫙 편 채로 상쾌하게 걸음을 내딛는 계절.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시선에 닿은 생명들을 탄생과 연결 짓는다. 낙화한 동백나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어제저녁 아이의 성화에 배드민턴채와 축구공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의 배드민턴이다. 방과후수업으로 꾸준히 쳐온 아이는 실력이 늘어 엄마를 상대로 기술을 시험해 보는 것이다. 힘껏 상대하다가 금세 힘에 부쳐, 너와 엄마는 다르다며 엄마는 좀 걸을 테니 축구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한 아이는 축구공을 바삐 놀려대다가 힘이 강하게 들어간 발에 맞아 빠르게 굴러가는 축구공 뒤를 추격했다.
휘날리는 머리칼에 드러난 반짝이는 이마. 생기 있는 눈빛과 살짝 머금은 미소. 젊음과 활기가 아이에게서 넘쳐흘렀다. 느린 걸음으로 트랙을 돌며 생각했다. ‘아이는 봄이고 나는 가을이다.’ 봄에 태어난 아이와 가을에 태어난 나였다.
동백꽃은 모두 떨어질 것이다. 봄에는 꽃이 피고 지고, 여름에는 태양이 내리쬐어 시원한 바다가 간절해진다. 운명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의 이치는 아름다운 법이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드는 이 순리는 당연한 일일 진대. 아쉬움이 남는지 자꾸 뒤를 돌아본다.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서 나무에 붙일 수는 없는 일인데..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자라나는 새싹에 물을 주고 가꾸는 것! 오늘도 아이와 잘 지내기를 이렇게 다짐하고 실천하는 수밖에 없는 거다.
(또 다짐하는 거다. 내일부터는 꼭 운동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