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식기 전에
외출을 삼가고 집 안에서만 있은지 9일째. 물론 남편의 연차로 목요일과 주말 토요일, 이틀을 바닷가에 잠시 다녀온 날을 빼면 7일을 집에만 있었다.
“엄마 놀자아~~”하는 아이의 알람으로 깨어나는 아침은 ‘잘 잤다~아흠~’하고 기분 좋게 일어나기는.. 역시 힘들다. 등원차량 시간에 맞추기 위해 준비하느라 전쟁 같던 아침은 이제 없다. 아주 평화롭게 시작된다. 실은 아이는 괜찮은데 엄마가 말썽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여유롭게 빵을 굽고 커피를 타던 시절을 내 배가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놀고 싶고, 엄마는 먹고 싶고. 삼시세끼 꼬박 챙겨 먹고 30평 남짓 한 공간 안에서 움직여도 소화를 다 시키지 못한 채로 잠들고서는 아침이 되면 다시 배가 고파온다.
오늘도 아이 의사와는 상관없이 빵을 구웠다. 배고프면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질 것이다. 아이와 잘 놀기 위해서라도 엄마는 배가 든든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었다. 남편이 아들에게 계란물 입힌 빵에 설탕 뿌려 먹이면 좋아할 거란 말이 그때 왜 떠올랐을까. 아이가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귀에서 맴도는 동안 남편 레시피대로 구워서 주었다. 아이는 포도주스만 두 잔 벌컥벌컥 마셔대서 그 빵은 내 차지였다. 맛이 없었네..
엄마 배만 불리는 식사가 종료되고 마침 물이 끓어 커피를 탔다. 뜨거운 물을 세 번 부어 내린 드립 커피에서 등을 돌리자 눈에 들어온 물에 불려진 그릇들. 본능적으로 고무장갑을 꼈다. 커피가 식어버릴 텐데..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며 아이와 힘껏 놀아주기도 쉽지 않기에 매일 오후에 아이는 영화를, 나는 책을 보며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진다. 점심식사 후 커피가 수면에 지장을 주어 아침으로 옮겨왔건만 요즘 일상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얼른 텀블러에 옮겨 오늘의 모닝커피를 뒤로 미루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일주일이면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종종 베란다 너머 하늘을 보노라면 현관문 밖을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글쎄.. 바깥출입을 못해서일까, 배가 고팠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였을까.
티브이를 틀어주고 홀로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 아이는 엄마를 찾아왔다. 절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나도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벌써 두 시간이 흘렀다. 충분하진 않았지만 쉬고만 있을 수 없기에 몸을 일으킨다..
커피는 이미 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