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던 일을 찾아서
집콕 날짜를 세는 게 무의미해졌다. 이번 주만 지나면 나아지리란 안일한 희망이 개학 연기 문자로 일순에 무너졌다. 화도 안 난다. 사실 뉴스도 보지 않고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도 확인하지 않는다. 출근하는 사람들이야 그곳을 피해야 하나 나는 집 밖을 나가질 않으니.
밥해먹고 물건 치우고 정리하는 일은 괜찮다. 이 모든 일을 아이가 있는 집에서 해야 한다는 게 곤혹스럽다. 여섯 살 남아와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나날이란.. 오늘은 거실에서 달리기 시합과 축구, 농구를 했다.
그나마 시어머님이 해주신 많은 양의 반찬 덕분에 매 끼니마다 요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덜고,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도자기 그릇을 꺼내 세재 없이 뜨거운 물로만 빠르게 설거지한다. 아이는 엄마를 기다려주지도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이는 원래 그런 존재니까.
초마다 관심사가 바뀌는 6살은 물건을 거실에 흩뿌려 놓는다. 놀기 위하여 태어났다는 아이들. 그 본능에 충실하게 재미와 흥미만을 좇으며 하루를 보낸다. 장난감 치우는 게 문제일 줄 알았건만 견디기 어려운 건 따로 있었다.
장난감 외 물건들. 평소에도 언젠가 치워야지 했었는데 그 날을 오늘로 결정했다. 이유인즉. 아이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전날 보다만 만화를 보겠다는 걸 볼일이 있어 시댁에 아이를 맡기면서 엄마 다녀오면 보자고 했더니 다시 집에 데리고 와서 신발을 벗자마자 아이가 약속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때 결심이 섰다. ‘아, 지금이야말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때이다.’ 어쩌면 집콕으로 인해 참고 참은 분노를 승화시킨 것인지도 모르겠다. 2주나 더? 내 가만있지 않겠다!
거실 한편 구석에 있던 책장 속 책을 모조리 빼낸 후 철제 책장 두 개를 옮기고도 모자라 자잘한 물건들을 (이번엔 내가 바닥에 흩뿌리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안에 끝내기에는 정해진 아이 영상 시청시간이 짧고 저녁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치우지 못한 물건들은 다시 식탁 위에 쌓아두고 내일을 기약했다.
지난주에는 잠이 오지 않아 오밤중에 드레스룸 서랍장을 정리하기도 했었는데. 집에만 있으니 안 하던 일을 찾아서 하게 된다. 말끔하게 정리하면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까.
오히려 미루던 일을 더 찾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와의 놀이를 미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