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일
아침 요가를 마치고 커피 탈 물을 끓이는 중에 아이가 깨어났다. 안방 문이 삐그덕 열리는 소리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내가 먼저 아이에게 다가가 “잘 잤어?”하고 볼을 비볐다. 아이는 멍하니 바깥을 응시하다 ‘엄마’하고 부른다. 진짜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아이의 부름은 나를 현실과 분리시켰다. 현실 부정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다. 오늘은 무얼 하며 놀아야 할지 재빨리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가정보육 2주 차로 딱 그만큼 더 지내야 하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SNS를 둘러보니 알찬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이 많다. 물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지만 나로선 하루에 한 번이라도 그렇게 놀았으면.. 점프놀이, 개구리 점프는 그만하고 싶었다.
나와 아이의 취향은 너무나도 다른데. 아이는 총칼 싸움과 몸놀이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남자아이, 나는 책 읽기와 가만히 있기를 좋아하는 여자 어른이다. 아이와 노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동안 육아는 인내구나, 참을성을 기르며 나를 성장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괴로우면 안 되는데, 이제 시작인 것을. 기왕 이렇게 된 거 즐겁게 보낼 수는 없을까.
“엄마, 엄마.” 재잘거리는 아이를 다시 보았다. 오물오물 말할 때 씰룩이는 볼, 몰입할 때면 삐죽 튀어나오는 입술, 시시각각 다른 감정을 반영하는 표정 변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귀여운 생명체. 정말 그랬다!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잠시 행복함을 느끼는데.
엄마, 엄마~~
가만히 두질 않는 아들의 성화에 관찰은 그만두고 다시 움직여야 했지만 힐끗힐끗 아이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며 얻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어쩜 저렇게 순식간에 이입이 될까. 역시 아이는 놀기 위해 태어난 게 분명하다.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으며 즐거움만 있는 건 더욱 아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양치질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한글 공부 교재를 모조리 꺼내어 하자는 통에 참을 인을 그었고, 여러 번 알려주어도 ‘ㄹ’을 ‘5’로 썼다. 한글 알려준 적도 없었기에 그건 괜찮았지만. 책을 골라와 잠들기 직전까지 아이는 엄마와 함께하길 원했다.
아이가 잠든 지금에서야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엄마가 아이와 즐겁게 노는 방법의 제목으로 글을 쓰는 건 역시 아닌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