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으니 엄마가 된다

종종 나는 10년,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by 다애



며칠 전 아침, 바짝 마른빨래를 갤 때였다. 전날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남편을 떠올리며 옷가지를 접는데 눈물이 떨어졌다.




남편은 술을 좋아하고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잦다. 늘 그래 왔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고 기분이 별로인 건 사실이나 화날 정도는 더욱 아니었다. 남편의 상황도 이해하(려 노력하)고 아이를 혼자 돌보는 일은 익숙해진 지 오래다. 코로나로 인해 바깥출입을 삼가지만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답답할 것도 없었다.




가만히. 잠시, 가만히 마음을 살피는데 20년 전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술을 좋아하던 아빠와 집에만 있으며 아이 둘을 도움 없이 혼자 기른 엄마. 나는 엄마를, 엄마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나를 가여워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이 아니라 ‘술로 인해 엄마를 외롭게 한 남편’을 보고 있었다.








아들과 퍼즐을 한다는 말에 “너희는 퍼즐 사줘도 안 하던데.” 하던 엄마.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야 하지.”라는 말에 엄마는 박장대소를 했고 퍼즐을 사주기만 했구나 짐작만 할 뿐이었다.




집에만 있으니 종종 나는 엄마가 되고 아이의 얼굴 은 다시 내가 된다. 사소한 것에도 호기심 가득한 맑은 눈망울로 질문하면 힘껏 대답한다. 30년 전 내가 받고 싶었던 관심과 애정을 담아서. 웃는 아이 얼굴을 보며 나도 함께 웃으며 행복해진다.



모두가, 그렇게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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