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닌 적이 있었던가
코로나로 인해 사상 초유의 집콕일수를 찍고 있다. 밖에 나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마음 놓고 나가 편히 있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하고 스스로도 타인에게 거리를 두며 길을 다닌다.
지난 일요일,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형님네 가있는 동안 마트를 다녀오기로 했고 당면과 스파게티면이 똑 떨어져 사러가는 김에 더 살 거 없나 고민한 뒤 리스트를 썼다. 외출 준비에 잊어선 안 되는 마스크, 소독젤과 함께 햇살과 달리 차가운 바람에 붙박이장에 넣어둔 패딩을 꺼내 입고 나선 바깥에서는 스치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걸어야 했다.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건만 마음 한편에 이런 시국에 밖을 돌아다닌다는 게 편치가 않다. 그렇다고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식자재를 직접 보고 사는 나는 장을 보러 마트는 가야 했다.
마트에 도착하여 물건을 두 세 개 집다가 찜찜한 마음을 안고 마트 바구니를 들고 다녔다. 물건을 둘러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한 남자가 쭈뼛쭈뼛 게걸음으로 내가 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조심스러운 그의 행동에 나도 최대한 거리를 두고 지나갔다.
처음 겪는 일이다. 마음 편히 외출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신경이 쓰이는 것도 모자라 곤두서기까지 하는 이 현상이. 집콕 3주 만에 그런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 분명 처음이다.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일상이, 그로 인해 아이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하루가. 그런데..
처음 아닌 일이 있었던가.
나는 결혼도 처음이고 출산도, 육아도 처음이다. 친구들은 그들보다 빨리 아이를 낳고 기른 내게 묻는다. 다 키워놓으니 좀 편하냐고. 아이 클 일이 아득한데 돌이 되거나 막 백일이 지난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에게는 나의 지금이 아득하게 먼 일 같겠지만, 나는 육아가 늘 어렵다. 두 살의 아이, 세 살의 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지나도 여섯 살의 아이는 또 처음 겪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앞으로도 육아를 어려워할 것이다. 응당 그러하듯 인생은 늘 처음 있는 일만 일어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