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엄마의 정체
지금은 일 안 하고 있어요.
"일하지 않으셨어요?", "일하는 줄 알았는데". 공원에서 낮시간에 나온 나와 아이를 우연히 만난 어린이집 엄마들의 물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쉬고 있어요. 정확하게 맞는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올해 1월까지였던 계약기간이 만료되며 다른 곳을 알아보던 차에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잘게 쪼개어진 시간들을 모아보니 전업맘 4년, 워킹맘 2년으로 전업주부로 아이를 보육하며 산 기간이 더 길다. 좋은 기회가 있어 일을 덜컥 시작하면서 갑작스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던 때 아이가 18개월이었다.
현재의 상황도 그렇고 일한 기간이 짧아 전업맘이 맞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정 보육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스스로에게 전업맘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가 애매하달까, 그 이름표 붙이고 있어도 되나 싶어서이다. 친구는 4년을 넘게 가정보육하다가 5살에 유치원에 보냈는데. 7살에 처음 유치원 보낸 (책 속) 엄마들도 있는데. 그들에 비하니 '나는 육아를 했나?' 반문하게 된다.
아이와 붙어 있으면서도 육아에 전념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엄마다. 책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커피 마시며 휴식도 취하고 싶다. 일할 때는 새벽에 했고, 일을 쉬면서는 아침에 한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떨 때는 나만 빼고 남편과 아이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집안일을 찾아서도 했더랬다. 물론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일하는 동안 가사, 육아, 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혼자 감당하며 한계를 맞보았지만. 익숙해져서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아이를 보면서 (다시) 바뀐 것이다. 7살까지가 육아 황금시대라던 말도 한몫했다. 지금 아니면 만나지 못할 아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 그런 말들이 나를 머무르게 했다.
그런데 쉬면서도 들어야 할 교육, 준비해두면 좋을 게 뭐가 있나 찾아보고 계획한다. 무슨 일이든 해놓아야 어디에든 닿는다. 이것만은 일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같은 마음이다. 언젠가는 일해야지, 그게 어떤 일인지는 구체적으로 그려보진 못한 채이지만.
"엄마. 엄마~ 이거 접어줘." 영상을 보며 종이접기를 하던 아이가 나를 불렀다. 맞아. 나는 전업맘이지. 지금, 이 시간에는 아이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