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들이기 쉬운 환경을 위하여
엄마 말고 내 인생도 살고 싶어서 운동도 해보고 책도 읽어보려 했는데. 육아에서도 어정쩡, 개인생활도 어정쩡하게 이도 저도 아닌 듯 자꾸 엇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습관을 들이려면 습관 들이기 쉬운 환경을 만들라는 말은 미니멀 라이프와 연관 지어서 읽혔다. 필요에 의해 구매했던 물건, 당장 필요해서 마트에서 들였던 물품들. 집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잡동사니가 쌓여있다. 아이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에 언제 컸는지 작아진 옷가지들. 카시트, 킥보드를 체격에 맞는 걸로 새로 구매했는데 이전에 사용하던 것들이 베란다에 그대로 있다. 습관이랑 이게 무슨 상관일까. 변명 아닌가. 구석으로 몰아넣고 매트 깔아 운동하면 그만인 것을.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에 따라 플랜이 달라진다. 물건들로 널브러진 거실을 보는 마음이 어떠한가. 많은 물건은 안정감을 주는가.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다'면 습관들이기를 시작하기 전에 물건부터 비워야 한다. 육아와 가사에 습관도 들이는데 물건까지 치울 힘이 남아있을 리가 만무하다. 참, 쉽게 지치는 개인적인 성향도 한몫한다. 하여 물건을 정리하기로 했다. 엄마만의 즐거운 취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주방 찬장을 열어서는 회사에 감사하러 온 직원처럼 칸마다 놓여있는 물건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사용하지 않은 채로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구나. 이걸 더 가지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구매하고 몇 번 사용하지 않은 나눔 반찬 접시와 새 젓가락을 발견했다. 접시는 사용하기로 하고 수저와 젓가락 세트는 나눔 하였다. 시원한 느낌은 드는데 실제로는 속시원히 비워내지 못했다. 이후에 필요할지도 모르는 사태가 염려되어서다. 종이컵, 나무젓가락, 냅킨은 캠핑이나 나들이 갈 때 사용해도 되는데.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중에 취향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친정엄마에게 받아온 그릇도 자리를 계속 지키기로 했다. 비우기 보류! 베란다에 방치되어있던 오래된 치약은 치약 활용법을 찾다가 유용해 보여 다시 창고행이다.
쓰임을 다 하지 못한 물건들을 종량제 봉투에 넣고 버리면 홀가분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행복한 이별을 위해서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열렬히 사랑하고 헤어지면 아쉬움도 덜하지 않던가. 지나간 물건들이 그랬다. 고쳐 쓰는 요령은 없지만 소용이 다 할 때까지 물건을 쓰고 버리면 미련이 없었다.
물건을 잘 정리하는 비법은 그때그때 하는 거겠지? 몇 년을 쌓아두다 한 번에 하려니 거대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참에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겠다. 육아와 집안일만 할 수도 없고, 이를 제쳐두고 취미생활만 할 수도 없으니까. 당장 되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지 않아도 될 일이네. 해야할 일과 들여야할 습관이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