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대로
이거 다 주세요~
결혼 전까지 친정집에서 살았다. 친정엄마와 함께 동네 근방에 있던 가구점으로 갔다가 하루 만에 결재하고 신혼가구 고민에서 벗어났다. 그때 산 소파는 지금은 없다. 남편은 딱딱한 소파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고 소파에 누워만 있는 남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소파 없는 거실을 만들겠다'는 엄포를 놓고 둘이 함께 소파를 내놓은 후 바닥에 앉아 생활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그보다도 전에 TV는 안방으로 설치하였고 세트처럼 거실장도 딸려 들어갔다. 친정엄마가 꼭 있어야 한다고 했던 거실장은 텔레비전을 올려놓지 않아 서랍장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게 되었다.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원목이고 튼튼한 게 장점이다. 예쁘지도 않은데 싸지도 않은 가구를 들인 아내의 남편은 집 안의 가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그때 함께 샀던 서랍장 두 개가 부서져서 폐기처분을 하였는데 친정집에서 얻어온 남은 하나마저 서랍이 무너졌다. 신혼집으로 시작해서 산 지 7년. 우리만 빼놓고 다들 이사 가는 것 같다. 매일 같은 곳으로 출근하는 외벌이 남편의 회사와 가까운 집. 딱히 이사 갈 이유는 없다. 가구는 이사 갈 때 바꾸는 게 보통이지, 했던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가구들도 멀쩡하다. 남편이 입을 게 필요하다고 하면 당장 사는 편인데. 청바지에 구멍이 나고 신발 밑창이 떨어지면 말을 꺼내기 때문이다. 버리는 것도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부터는 덥썩 물건을 사지 않게 되기도 하였고.
멀쩡한 소파 테이블은 소파가 사라지고 좌식 테이블이 되었고. 거실에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때로 글도 쓰는 내게 책상이 되어주었다. 오랜 시간 바닥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던 탓인지 어깨와 목에 통증이 일었는데. 꽤 오래가서 아무래도 테이블 탓인 것 같다는 설명을 경추 디스크가 있는 남편은 귀담아듣는 듯했다. 남편은 일이 바쁘노라고 내게 찾아보라고 리스트를 알려달라 했다.
한 달 전. 출장 갈 때 입을 옷이 없대서 코트 안에 받쳐 입을 니트를 둘러보는데 남편이 대뜸 커플룩을 제안했다.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전 매장이 겨울이 오기 전에 이월상품을 너도나도 내어놓은 듯했다. 구매 결정이 서면 그때부터 안테나를 확장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구매하고 고민 하나를 버리겠다는 의지랄까. 의지를 가지고 보면 모든 것이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바꾸려고 마음먹은 거실 테이블. SNS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원목테이블 #거실탁자. 예쁜 가구, 멋진 가구, 감성가구. 세상에는 가구가 참 많다. 며칠 동안 찾다가 2대째 이어오는 가구점까지 발견했는데 영문은 모르겠으나 갑자기 찬물이 확 끼얹어졌다. 천천히 스며드는 찬물에 정신이 번쩍 든 게 맞을까. 외식비와 커피값을 아끼고 있는데 200만 원이 넘는 가구라니. 물론 다른 생각도 있었다. 부담스러운 비용이지만 오래 쓰면 그 값하고도 남지 않을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가진 재정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인테리어가 되지 않은 오래된 집에 어울리는 가구. 나이가 어린 아이와 조심성이 없는 부모 모두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필요하다. '빈티지 가구'를 검색하여 엔틱 느낌은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리뷰도 괜찮은 가구가 우리 집을 향해 오고 있다. 이번만큼은 부서지더라도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고마웠다고 충만한 마음으로 떠나보내 주고 싶다. 소임을 다할 수 있게 있는 대로 사용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