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정리

하는 김에 주방 정리

by 다애





아침은 뭘 먹으면 좋을까. 며칠 전 맛있다고 아이가 그릇째 들고 마셨던 블루베리 요거트 1인분은 나오겠다. 아이와 함께 느지막한 아침을 챙겨 먹는다. 요거트가 아침식사로 정해졌기에 한 숟가락 뜨기도 전에 점심을 걱정했다. 홀로 남겨진 집. 다시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다 저녁거리 고민까지 끌어왔다. 먹을 만한 반찬을 찾으며 구석구석 살폈다. 먹지 않는 채로 보관만 해두는 반찬통이 보인다. 김치 냉장고가 없어서 냉장실에 보관 중인 김치통에 자리가 뺏겨 높이가 맞지 않은 매실액을 담은 유리병은 누워진 채고. 엄마에게 받아온 알록달록한 반찬통들은 예쁘지만 불투명하다. 통에 재료를 직접 넣은 사람만이 알 수 있지만 오래되면 당사자도 까먹는다. 대파 어딨어? 당근은 있나? 요리할 때마다 물어보던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이 움직였다.





깔끔한 화이트톤으로 정리된 냉장고 속. 살림 고수의 SNS에서 손잡이가 달린 플라스틱 통을 정리함으로 사용하여 정리한 냉장고를 본 적 있다. 우리 집에도 비슷한 정리함이 있는데. 찬장 문을 열어 그 속에 있던 양념통들을 꺼내 두고 그 속에 된장, 쌈장, 고추장을 넣었다. 다른 하나에는 빠른 시일 내 먹어야 하는 반찬들을 담았다. 베란다에 정리함으로 쓰던 손잡이가 없는 큰 정리함도 냉장고 정리함으로 써야지. 대파, 고추, 당근 등 어느 요리에도 활용이 높은 야채들을 넣어두면 되겠다.





아침에 요거트만으론 부족할 것 같으니 삶은 달걀도 먹으면 좋겠네. 냄비에 계란을 담다가 두 개 삶는 김에 더 삶아 장조림 반찬을 만들면 되겠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져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장조림이 졸아들 동안 설거지를 하고, 불을 끄고 한 김 식히는 동안 세탁이 다 된 빨래를 넌다. 집을 나서며 일반쓰레기를 버린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던 요리와 정리에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나.





전문가처럼 뚝딱뚝딱해내고 싶었다. 정갈하게 맛있게 고고한 분위기도 내고 싶었는데. 그들처럼 해내지 못하고 엉망진창인 스스로가 초라했다. 실은 쉽게 얻고 싶었다. 실패의 과정을 겪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으니까. 그 기분에 좌절되면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에 꾸역꾸역 해왔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페달을 밟기는 밟는데 제자리만 맴도는 것 같이.





저녁 메뉴를 위해 책을 펼쳐 재료 양과 소스 간을 커닝해야 하는 실력이지만 먹을만한 음식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저녁을 차리며 다음날 아침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하다 보니 정리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