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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Feb 01. 2021

드라마는 죄가 없다

드라마 연속 재생 중




글 읽고 쓰는 걸 좋아하게 된 건 최근 이야기다. 실은 오래도록 드라마를 좋아했다. 앉은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TV를 볼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이 없었다. 아니, 해야 할 일이 뭔지를 몰랐다. 밥 대충 챙겨 먹고, 잠 늘어지게 자고.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상에 쉽게 빠져들었다.




아이를 낳고 잠깐의 변화가 일었을 뿐 다시 드라마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한동안 보지 않았던 건 나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고. 아이를 위해서 노력해보고 싶기도 했다.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가정보육에 체력이 점점 달리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이자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갔다. 아이가 잘 때 혹은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쉽게 손을 뻗었다. 정신을 차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제 유튜브는 (언제부터 이랬는지) 취향을 고려해 영상 추천까지 해주었는데 드라마 하나를 그렇게 우연히 만났다. 터치 하나로 재생된 영상이 끝나고, 아이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을 때 그 드라마를 찾아서 며칠 동안 몰아보았다. 현재까지 방영된 회차까지 봤으니 끝이 나야 하는데 오늘도 영상 클립, 메이킹 영상, 배우 관련 영상까지 찾아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후회한다. 왜 그랬어. 하나만 볼 것이지. <런 온> 속에서 각자의 인생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나의 인생이 빠르게 흘러갔다. 2주째다. 드라마 속 예쁜 청춘들에게 '아이 예쁘다~'하고 감탄을 내뱉는 '나'의 청춘은 어디 있지? 30대가 훌쩍 넘은 애엄마. 아.. 청춘은 끝났구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며 슬퍼졌다. 내 청춘을 앗아가 버린 건 시간일까. 아니면 드라마일까.








어제 남편과 아들과 함께 동네 뒷산을 올랐다. 오랜만의 등산이었다. 등산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등반 도중 화장실이 급해 되돌아 가야겠다며 뛰어서 하산한 남편. 남겨진 아이와 둘이서 내려가다 길을 잃었다. 올라갈 때부터 힘들다고 했던 아이의 보챔을 길을 찾아 내려올 때까지 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김밥을 먹고 아이가 티브이 보는 동안 한숨 자고 일어나니 다시 저녁이었다.




"나이를 세어보니 청춘이 끝난 것 같아서 너무 슬프더라고. 그런데 오늘 등산하면서 '아, 아직도 청춘이지' 두 다리를 멀쩡하게 쓸 수 있을 때까지 움직여야지. 몸이 성할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봐야겠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넋두리를 가만히 듣던 남편은 "그러니까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했다. 아직도 날 잘 모른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래, 네 말이 맞아. 원하는 거 해 봐."인데. 남편이 나중에 수정한 대답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였다. 두  개가 같은 뜻이라나..








드라마는 죄가 없다. 찾아보는 사람 잘못이지. 아니다. 일상생활을 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붙잡고 드라마만 보는 게 나쁜 거겠지? 시청하고 감상문을 글로 남기면 의미 있는 걸까. 조금씩 보면 괜찮은 걸까. 적당한 선에서 빠져들지 않으며 즐기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JTBC 홈페이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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