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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Feb 23. 2021

절약 정신

아끼고 아낀 돈




돈을 아껴 쓰는 편이다. 마트에서 로컬푸드가 싸다며 몇 백 원이라도 더 싼 것으로 골라 요리조리 살피며 장을 보는 모습은 주부 9단으로 손색없다. 선물로 받은 커피 쿠폰을 알뜰히 사용하고 요즘은 집에서 커피를 많이 마신다. 비누가 부서질 즈음, 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마트로 향한다. 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이월상품을 취급하는 쇼핑몰에 가고 할인 가격 스티커가 붙은 옷을 뒤적이려 매대에 멈춰 선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족하게 살진 않았다. 아빠는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고 용돈도 달라고 한다면 즉시 받을 수 있었다. 받아도 펑펑 쓰지 않았고 아껴 썼다. 내가 받은 큰 칭찬이어서 아니면 유일한 장기여서 그랬는지 아무쪼록 아끼는 사람으로 컸다.










“엄마 더워.” 아이스크림 먹고 싶단 말을 돌려하는 아이에게 여름내 매일 달콤함을 선물했고, “오늘은 시켜먹자.”는 남편의 전화에 곧바로 배달을 시켰다. 지난날 쌓인 소비를 떠올리며 정작 나는 집에서 차려 먹는 날이 늘어갔다. 이러니 잘 아끼는 사람 같지만.. 주말에 외식 한 끼에 너그럽고 새로운 카페도 곧잘 가본다. 중고이지만 아이 전집을 덜컥 입금하고 월 소비액이 얼마인지, 실은 모른다.






아끼기만 해서 생긴 문제다. 수중에 얼마가 있고 얼마를 썼고 그래서 남는 돈의 액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니 아끼고 또 아끼다가도 펑 써버리기 일쑤다. 참다 참다 폭발하는 모습이다. 어설프게 누르고 참다가 애매하게 터지는 내 감정처럼.






왕초보 경제 서적을 더딘 속도로 읽어 나가 속이 상하기도 하고. 다들 한다는 주식에 쉽게 들어가지 못해 괴로운 나날이 지났다. 전적으로 경제관리를 책임졌으면 잘했을까. 장담 못하겠다. 아끼고 아껴서 다른 데 쓰고 참고 또 참다 결국 소비하는 걸 보면 절약정신이 투철하지 않은 건 맞고. 뭐든 애매하게 하는 일관성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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