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애 Mar 17. 2021

사라진 것들

잃어버린 장난감을 찾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아이의 장난감을 빌려왔다. 처음 빌려왔을 때 오랜 시간 갖고 놀았던 기억이 강해 아이가 좋아하나 보다 하고 가끔 대여해오는 장난감이었다. 오랜만에 빌려왔는데 아이는 잠시 하다 말았다. 방치되어 있다가 반납일 이틀 전 정리를 했다. 장난감을 빌릴 때는 직원이 꼼꼼하게 검수를 한다. 부서진 곳은 없는지 작동이 잘 되는지 개수가 정확한지 등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세어가면서. 그때 나는 증인이 된다. 문제없는 걸 확인하고 동의하는 셈이다.





분명히 개수가 다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개의 장난감이 없는 거다. 잘 갖고 놀지도 않았는데 분실한 채로 반납하게 생겼네. 물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외출하며 챙겨서 나간 적도 아이방 밖으로 가져 나온 적도 없어서 의아했다.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장난감을 잃어버렸어. 남편에게 말했다. 잘 찾아봤어? 집에 있겠지.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죄책감도 없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짧게 비친 후 다른 장난감 놀이를 하러 떠났다.





이틀째. 일상생활하다가 생각이 나면 바닥을 훑었다. 침대 밑, 책장 아래, 드레스룸 구석구석. 없었다. 물론 냉장고 아래도 보았다. 오른쪽 볼을 바닥에 붙이고 플래시로 비추어 보았지만 역시 없었다. 두 번 정도 정리했던 장난감을 다시 꺼내 세어보았지만 같았다. 마찬가지였다. 조각 하나가 여전히 없었다. 결국 반납일을 넘기고 연체되었다.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되는데 무슨 오기인지 하루에 한 번씩 바닥을 훑었다.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5일째 되던 날 포기하고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다 장난감을 담는 박스를 보았는데 선명한 엑스자가 보였다. 찾던 장난감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놀고 있던 아이에게 "원래부터 없었던 거였어!"하고 들뜬 목소리로 알렸다. 애초에 없던 걸 찾으니 있을 리가 만무했다. 있지도 않은 걸 (왜곡된) 기억에 의존해 찾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의 짐을 한결 덜고 - 비록 연체는 되었지만 - 어제 장난감을 반납하러 갔다. 커다란 장바구니에 박스 두 개를 담아 한 쪽 어깨에 메고 언덕을 올랐다. 위생장갑을 끼고 온 직원은 꼼꼼히 검수했다. 박스에 기재된 순서대로 개수를 세어보고 마지막 장난감을 만져보고는 "네, 다 되었습니다. 어머님"하고 웃어 보였다. 절차가 끝났다는 확인을 받고 말을 꺼냈다. 연체가 되었는데 연체일수만큼 장난감 대여가 불가능한 거죠. 직원은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그렇다고 했다. 웃으며 알겠다고 답하고 나왔다.





찜찜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은   마음으로 걸어서 커피숍에 도착했다. 아이스 카페라테를 시키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장난감을 찾던 시간과 연체된 일수는 은 채 아이스 커피를 들이켜 삼켰다. 있던 것도 사라진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기로 약속한 지인을 만날 시각이 되어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가의 이전글 절약 정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