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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May 26. 2021

뾰루지

안녕





왼쪽 눈 밑 뾰루지가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모르겠다. 언제부터 나왔는지 뭐가 중요할까. 늘 있던 뾰루지가 거슬려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양 손 검지로 힘을 주어 피부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짜냈다. 뾰루지가 사라진 곳에 피딱지가 생겼다. 얼굴에 그거 뭐냐. 여드름 짰어. 남편의 물음에 답하면서 피부과를 가는 건 어떻겠냐고 하니 "가라"는 답을 들었다. 가고 싶으면 가지 왜 남편의 대답을 듣고 고려할까.





아이를 낳고부터 여성용 스킨과 크림 대신 아이 몸에 바르는 로션을 얼굴에 발라왔다. 어릴 적 아이의 양 볼에 아토피를 사라지게 해 준 로션이었고 나름 비싼 로션이라는 믿음은 내 얼굴도 뽀송하게 비춰주는 듯했다. 갑자기 거슬린 이유가 궁금해지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고 파헤쳐내면 얻는 게 뭘까. 거슬린 이유보다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찾아도 환희와 기쁨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지인들에게 스킨이나 로션 뭐 쓰냐고 묻거나 맘 카페에 가서 피부관리 노하우 공유 글을 쓰고 답변을 기다리는 게 더 생산적인 것 같다.   





사던 로션 쓰며 바르다 보니 피부가 이렇게 된 걸까. 하던 습관대로 살아와서 지금까지 온 건 확실하다. 피부는 이미 망가져 있었고 뾰루지도 있었는데 발견한 때부터 문제가 되었다. 피딱지는 일주일 만에 떨어졌고 뾰루지는 사라졌다. 까만 점 만한 크기의 뾰루지가 사라진 얼굴 피부가 깨끗해 보인다. 뾰루지 없는 얼굴로 살고 싶다. 유튜브에서 비누를 검색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누 한 개로 해결한다는 여성을 보았다. 그 비누 괜찮네. 검색하니 좋다는 리뷰가 많다. 나도 그거 사볼까. 뾰루지와 이별한 채로 살 수 있는 건가. 비누 하나로 해결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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