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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Feb 24. 2022

이거 하나로 집안 분위기가 바뀌네요

인테리어를 바꾸는 일




잘 샀어요. 저렴이로 샀다가 낭패 보고 다시 여기 걸로 사는데 역시 가격 값하네요. 거실에 깔 매트가 도착했다. 후기를 몇 개 읽었는지.. 상세페이지와 후기는 실제랑 다를 수 있겠지만 최대한 많이 읽었다. 냉정하고 꼼꼼하게 작성한 리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리뷰 몇 개 더 보고 구매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사다가 같이 사는 이의 답답함을 폭발시켰지만.. 실제 색상이 생각보다 어둡다는 평이 있어서 상상해 보았다. 블랙 티비장과 회색 소파 사이에 진회색 매트가 깔린 집을, 진회색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브라운색도 깔아보았다. 음.. 역시 밝은 게 낫겠어. 색상 옵션에서 가장 밝은 베이지를 선택했다.





매트가 도착하는 날 청소기를 밀고 물걸레질을 했다. 물기를 머금은 거실을 두고 현관문을 여니 벽에 기대 세워져 있는 택배박스. 키를 훌쩍 넘는 긴 박스를 끌어안고 뒤뚱뒤뚱 걸어와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비닐을 뜯고 주의사항을 읽었다. 말려있는 반대로 말아서 발로 질근질근 밟았다 편 후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2~3회 시켜주고 매트 위를 청소기로 밀었다. 매트 왔네. 어, 왔어. 식탁이 오기 전이라 며칠은 매트 위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게 신경 쓰여서 가족들에게 음식을 흘리지 않도록 조심시켰다. 몸을 앞으로 붙여서 먹어. 앞으로 좀 와서 먹어. 예민해졌다. 아이가 컵을 쏟았을 때는 벌떡 일어나 컵을 치웠지만 물이라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크림 스파게티를 흘리고, 과자 부스러기와 초콜릿이 떨어지고, 아이스크림을 엎고서야 매트를 편안히 밟을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지만.





저렴한 제품만 쓰다가 이사 오면서 가격대가 있는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기왕 바꾸는 .. 고가 제품을 욕망했던 날이 있었다. 예뻐 보이면 바로 클릭해서 구경하기를 반복했다. 빈티지 소파가 예뻐서 가격을 문의했다가 적잖이 놀란  있다. 빈티지 가구, 주문 제작 가구, 장인 가구, 디자이너 가구.. 세상에는 비싼 가구가 많다는  알게 되었다. 다른 세계를 접하고 빠져나와 보니 평소 비싸다고 생각했던 브랜드 가구들이 저렴해 보였다. 그마저도 계산기를 두드리며 금방 현실로 소환되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매트  샀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비난은 피했다는 안도감. 거실에서 매일 보고 같이  거니까.. 처음 매트를 깔았을  공기가  바뀌는  느껴졌는데 처음부터 매트가 바닥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다. 일주일 만에. 러그가 있으면 포근해진다지만 엉덩이는 따뜻한데 어깨가 춥다. 베란다  틈으로  공기가 들어와서다. 커튼이 아직 없다. 다시 어플을 켜서 리뷰를 찾았다. 커튼 하나로 집안 분위기가  바뀌네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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