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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ug 16. 2015

잠깐 쉴 권리

침묵 가운데 깨닫다

비가 내렸다.



장마는 벌써 건너 간지 오래인데 장마의 한창 보다 더 큰 비가 내렸다. 마치 홍수 사태라도 겪을 준비하라는 듯 세찬 빗줄기는 무섭기까지 했다. 게다가 몇 분 혹은 몇 초 간격으로 큰 소리를 내는 천둥번개는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춘기 소녀보다 가녀린 심장을 내게 허락하신 하나님이 약간 야속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지은죄도 없는데 매 순간 깜짝 놀라는 내 모습이 좋게 보이진 않았다. 내 옆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을 보기에도 부끄러웠다.



나는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격렬한 소리와 굵은 빗줄기를 만났을 때, 이 어둠이 언제 끝날까를 고민했다. 아직 보금자리로 오지 않은 가족을 걱정해서 더 그랬던 것이겠지만, 혹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 자신이 어둠을 싫어하는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렬한 천둥 번개. 위화감 최고다. Image Courtesy of PIXABAY


하나님께서도 내 걱정과 한숨을 들으셨나 보다. 오지 않던 가족은 무사히 귀가했고, 그리도 강렬하게 쏟아 부은 빗줄기는 이내 사그라졌다. ‘인간은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아무리 강단 있고 포부 좋게 살아가도 자연의 거대한 순리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맞다.



나는 쏟아지는 빗줄기와 시끄러운 천둥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그 모두가 고요하게 잦아드는 것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해 봤다. 사람은 문명과 과학의 발달로 인해 발전해 왔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람은 ‘해야 할 것’이 많아졌고, 그렇게 많아진 할 것들로 인해 자연히 ‘이뤄야 할 것’들도 많아졌다.



무언가 계속적으로 건설적인 일을 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뤄야 할 것이 많아짐으로 인해 더 여유가 없어진 부분도 있다.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훗날 모든 이는 한줌의 흙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것인가?





열심히 산다는 것의 최후 목표는 결국 편안한 쉼 때문 아닌가? 편한 쉼을 위해 때로는 눈앞에 것들을 내려놓는 시기 또한 필요하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대가 아닌 수없이 차오르는 걱정과 염려들을 때론 대책 없이 놓아 둘 의무도 있다. 그래야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길 테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 힐링이나 리커버리 같은 어쭙잖은 위로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걸 나 또한 잘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걸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힘든 마음에 우리 스스로가 다독여 줄 여유쯤은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성은, 왜 이 같은 생각을 꼭 자연이 요동칠 때야만 하는 아둔함을 보이는 건지… 깊이 생각해 본다.



커버와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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