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Feb 27. 2016

열정옹(熱情翁), Mr. A

늙어감에 대하여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무리 못난 외모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다 샤워 직후에 거울을 보고 자신이 잘 생겼다거나 나쁘지 않은 외모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게 자신의 신체 때문이든 젖은 헤어 때문이든 꼭 필요한 착각 같다. 



그러나 난 샤워를 한 뒤 거울을 봐도, 스스로를 단 한 번도 잘 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 대신 조금씩 늘어가는 흰머리를 제일 먼저 보게 된다. 이는 나의 자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흠모할 만한 구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좌우간 새치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렇게 여기기엔, 개체수가 많아서 우길 수가 없는 지경이다. 그 누군가 흰머리 한 올 뽑아 주는데 100원씩만 받아도 떼 부자 될 것 같다. 그런데 비단 서리가 내리는 곳이 머리칼만은 아니다. (좀 더럽긴 하지만) 콧털과 턱수염, 어떤 날은 볼에도 날 때가 있다. 아! 눈 밑에 아이백은 덤이다. 



이젠 이런 광경이 낯설거나 신기하게 여기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해서 며칠 전에는 늙어감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늙음’이란 무엇일까? 서른 중반이 벌써 늙어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울 속 나를 보면서 빠져든 생각의 결론은 다름 아닌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젊을 때는 치열한 경쟁의 늪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생존과 더불어 놓지 않았던 성공의 욕망을 늙어서는 내려놓고 천천히 가는 법을 배워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다는 것은 다름 아닌 욕심을 내려놓은 탓에 다시금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진다는 의미 아닐까? 순간순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숨 쉬는 것마저 감사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노후가 될 것으로 믿는다. 



누군가는 그랬다. 30대가 가장 좋은 나이 대 같다고 말이다.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그가 하는 말이 20대는 세상에서 어린 취급받고 40대는 가정 건사하느라 바쁘고 30대 정도 돼야 어른으로 인정받고 사회활동도 가장 많이 하고, 하고 싶은 것도 자유롭게 해볼 수 있다고 말이다. 그 말을 끝내고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물론 이건 일반론은 아니고 본인 생각이며, 요즘엔 2-30대도 녹록지 않음을 안다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30대에 늙어감을 생각하는 것이 마냥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30대에 기반을 잘 닦아서 40대엔 그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훗날 40km~50km로 달리는 세월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시계


세월이 흘러 아직은 흑발이 백발보다 많은 내게도 그 반대의 순간이 오면 덧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에 평정을 찾는 날이 오겠지. 잘 순응하며 지내고 싶다. 그러나 욕심을 내려놓음과는 별개로 맡겨진 일엔 열정을 다해서 하고, 젊음의 피가 수혈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열심을 다해 살고 싶다. 그래서 하늘 아버지가 부르시는 그 순간에 웃으며 떠나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나의 비석 위에 



“열정옹(熱情翁), Mr. A… 그 내면에 있는 정열을 하얗게 불태우고 떠나다.” 


이렇게 새겨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오늘도 내 가슴에 이렇게 새겨야겠지?



“열정 청년(熱情 靑年), Mr. A… 미래를 위해 오늘도 내달리다.” 



커버 이미지와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파고,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