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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pr 28. 2016

리더의 자격

아니 벌써?! … 내게도 이런 시간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느 모임에 가든 선배는 많았다. 후배들도 물론이지만 선배 대부분은 좋은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무슨 일이든 척척해내는 건 기본이고, 다수를 아우르는 부드러운 마음까지 두루 갖췄다. 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폼’을 잡아도 속된 말로 재수없기보다는 동경할 만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발걸음은 정말 빨랐다. 이젠 어지간하면 나보다 선배를 찾아볼 수가 없고, 있다면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될 정도의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니 이젠 내가 중심을 잡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 위치에 놓이고 보니 과연 나는 리더의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어떤 감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상황적으로 이끌만한 역량이 되느냐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폼을 잡기에는 내가 이룬 업적(?)이, 그러니까 대외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거의 없으니 후배들로 하여금 귀감이 되지 않을 거고, 또 여러 상황들과 이해관계로 얽혀 어려움의 난관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 물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적재적소에 그들을 찾아가 위로를 건넬 수도 없으니 좋은 선배가 되긴 어렵게 된 듯하다. 한마디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시시한 말을 건네는 게 다고 그 말들이 실질적 조언이 되기엔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라퍼인 나이지만 후배들의 신음과 한숨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이 유감이다. 기도밖에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오지랖도 장기[-끼]라면 좋으련만 안부를 묻고 무슨 일이 있나 들어주는 것밖엔 해줄 게 없다. 



이렇게 보면, 난 리더의 자격 빵점인 사람이다. 그러나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인내함으로 들어주고, 진정으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공감해주고, 기도해주고, 한 번이라도 더 살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같다. 



후배들의 경우에 빗대어 이야기했지만 실은 만에 하나 가정을 책임지는. 막중하지만 감사한 때가 온다고 해도 그 역할이 지금 이야기한 이것이 전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이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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