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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y 09. 2016

수퍼스타 K6를 보며 우는 남자

난 전문직을 좋아한다. 프로게이머, 작가, 가수, 배우, 비보이 등 다 프로페셔널한 직업이다. 그리고 한 우물만 파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무언가 하나에 몰두 해 열정을 내는 것은 멋진 일이다. 돈보다, 그리고 명예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가면서 살아가는 그 배짱이 멋지다. 프로 직업군 중 가장 세상의 수면 위로 잘 떠오른 것이 가수이다.  



가수는 이전에는 단지 ‘딴따라’ 일뿐이었다. 나가수 이후로 우리나라는 노래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어느새 대중들은 노래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나가수의 붐과 더불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슈스케, 위탄, K팝 스타,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탑밴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개수의 프로그램들이 나오다 보니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식상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고, 또 날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 국민의 딴따라화’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심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일정 부분 동의했으니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또다시 오디션 프로에 문을 두드렸다. 슈스케 6!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저 참가자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내가 그냥 이 프로그램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한 출연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곽진언! 이 친구는 나이도 어린데 생긴 것도 준수하다. 게다가 그의 최장점은 바로 중저음 보이스… 이제껏 거쳐 간 모든 실력자와 기성 가수들 포함 이런 보이스는 없었다.  


그가 부른 첫 곡, <후회>는 감동을 넘어 가슴을 후비는 감동이 있었고, 나로 하여금 오랜만에 진짜 눈물을 흘리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와 김필, 임도혁이 함께 해 최고의 무대가 된 <당신만이>는 심사위원들 모두를 엄지손가락을 올리게 했고, 듀엣의 하모니가 무언지 보여준 <걱정 말아요 그대>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며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노래하는 가삿말이 그의 음성에서 울려 퍼질 때는 위로가 되었다.  



<소격동>과 <내가 만일> 등을 부를 때는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으며, 그럴 때마다 난 그의 우승을 바라 왔다. 하지만 두려웠던 것은 곽진언이 가진 역량에서 더 이상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 없을 것 같았고, 그의 경쟁자인 김필이 정말 강자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서 더 이상 보여 줄 것이 없다는 건 그의 능력 부족에 의미가 아닌 모든 경연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건 내 기우였다.  



어제 결승전 자작곡 대결에서 선보인 <자랑>이란 곡은 내 평생에 모토가 되는 생각을 멜로디에 담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안 울릴 수가 없었다. 소름이 끼쳐서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몇 문장에 곡조가 담긴 것뿐이지만 이렇게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는 음악에 관해 모른다. 듣긴 많이 듣지만 음표는 ‘콩나물 대가리’ 같고 오선지는 그 콩나물 대가리를 매단 빨랫대 같다. 그리고 더군다나 A파트니 C파트니 하는 것은 더더욱 모른다. 하지만 음악은 그저 교감하면 되는 것임을 어제 깨달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요계는 비상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시점에서의 노래들은 다 하나 같이 아이돌 그룹의 일색이며 그들이 부르는 노래보다는 단체 군무(群舞)나 혹은 퍼포먼스를 봐야 하는 실태이다 보니 이전보다 노래를 접할 기회는 많고 더 많은 음악들이 양산되는데 들을 노래가 부족한 역(逆) 품귀 현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곽진언이라는 청년의 우승은 그 의미가 크다.  



자, 평론하려고 쓴 건 아니니 이쯤 하자.  



어제 슈스케 6의 결승을 보니 곽진언이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는 것 같았다. 뭐, 어려운 시절은 누구나 다 있다고 그렇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꼭 가볍게 보고 싶지 않다. 노랫말이 예사롭지 않다.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가사들이 노래 안에 담겨 있다.  



나 또한 장애라는 어려움이 있다. 난 그 무엇을 써낼 수 있을까? 32살의 적잖은 나이, 그리고 장애인, 더 나아가서는 언뜻 매치가 안 되는 두 개의 소망을 가진 나의 모습과 영혼 속에서 어떤 것을 꺼내 쓸 수 있을까? <자랑>이란 곡에 후렴구처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래서 나 그렇게 살았다고, 아니 살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될는지는 의문이다. 쓰다 보니 A4 한 장이 넘었다. 내가 그의 팬이 된 건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노래만 잘해서 팬이 됐다기보다 그 멜로디에 담긴 가사, 그리고 그 가사를 통해 느껴지는 그의 마음이 좋다. 바람이 있다면 지금처럼 순수하게 음악 했으면…. 그리고 한번쯤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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