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
채워라 채워라 하지 마라
이것저것 아무거나 마구마구
닥치는 대로 넣었더니
결국 나를 잊게 되더라
비우라 비우라 하지 마라
이것저것 아무거나 마구마구
닥치는 대로 넣었던 지난날
얻은 부작용과 작별하려
억지로 토악질했더니만
이젠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더라
적당히 비우고
적당히 채우라 하지도 마라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를 마주할 때
비릿하게 올라오는 향기
맡기 싫으니까
다만
각자의 인생에 침묵으로 맡겨두라
최고는 모르나 필시
최선은 알 터이니
그의 땀과 눈물이 자유하도록
풀어두어라
그리고
암만해도 걱정되거든
멀리서 위해 기도하라
사실 그의 기도는 끊이지 않으나
그럼에도 힘겨울 테니
네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라
그게 네가 해 줄 수 있는
처음이자 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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