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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pr 20. 2017

4월 20일의 당부



이제 한 시간여 남았습니다. 진즉에 남길 글이었지만 이제야 남기는군요.



4월 20일 오늘은 보통의 목요일이 아닌 장애인의 날입니다.



세간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시끄러워서 이목을 끌기에는 참 어려웠지만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그런 날입니다. 저의 글을 기억하신다면 이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애인의 날은 특별하지 않다는 말을 붙였기 때문이죠.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장애인계에서는 오늘을 두고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 차별 철폐의 날’로 정했습니다. 매년 얼마씩 새어 나가는 세금으로 선심 쓰듯 일회성 행사를 열지 말고 차별을 없애자는 의미로 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역시 420의 이 날은 차별 철폐의 꿈은 이루지 못한 것 같습니다. 평등과 화합 같은 그럴싸한 구호를 외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절실하기 때문인데 그 절실함은 왠지 허공에 떠도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리로 나온 장애인들은 잘해보자는 의미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데 상대적으로 비중 높은 인구, 즉 비장애인들은 외면합니다.



때 돼서 또 나왔나 보다 하고 스치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무시하는 등의 냉소적 반응을 보입니다.



장애인이 그리고 장애가 죄가 아니라는 당연한 문구들이 가슴에 와 닿을 때 몸서리치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모두의 바람 아니 우리의 바람이 현실이 되진 못한다는 커다란 자괴감 때문은 아닐까?



여성의 권리, 또한 게이와 레즈비언의 동성애 권리는 공론화하면서 장애인의 권리는 왜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할까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어제도 오늘도 비장애와 장애는 나뉘었고, 몸의 다름이 결국 하나의 정체성이 돼서 끼리끼리 모여 살았습니다.



남들보다 더 멋지게 살아가진 못해도 그저 똑같이 살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텐데.



빈곤과 무관심이 하늘을 찔러 자살률은 날로 늘어만 가는데 가족과 친지가 부양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 사회에서 갈 곳은 어디인가



목이 터져라 탈(脫) 시설을 외치는 사람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매를 맞고 학대를 당하면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 종교단체에서 봉사를 하고 돕는 것을 그저 감사하게만 여겨야 하고, 그 도움의 손길과 같은 장애인끼리 모여 있으면 행복해할 것이라는 생각이 저를 답답하게만 합니다.



바라건대 제가 꿈꾸는 나라는 장애인끼리 묶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나라. 그리고 비장애인들의 도움이 선심이고 동정이며 봉사가 아닌 그저 삶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나라입니다.



존재 자체가 부담이 아닌… 장애는 그저 다름이기 때문에 나의 삶이 한없이 자랑스러워질 수 있는 그런 나라와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당부드립니다.



• 장애인끼리만 모여 지내는 공동체를 구성하지 마십시오. 아니 그보다 그런 단체에서의 생활을 모든 장애인이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 주십시오.

• 탈시설,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등의 요구사항을 넘겨버리지 마십시오.

• 일회성 행사 개최를 지양하고 삶의 질 개선방안 연구를 지향해 주십시오.

•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십시오.

• 장애인 인권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해주십시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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