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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에게 고함

당신의 정체성 그대로 이제 그만 나와 안녕합시다

by LOVEOFTEARS



방랑자여

처음엔 당신도 고단 했겠지

존재를 알아주는 이도

바라봐 주는 이도 없었을 테니

내게 다가온 것은 이해하오



한데 더 이상은

더 이상은… 미안하지만

당신을 용납하기 어려울 거 같소



부디 내 곁을 떠나시오

커다란 얼음보다

냉소적인 건 알지만

이젠 나도 어쩔 수 없소



내 인생이 뒤죽박죽이요

숨 한 번 내쉬는 것조차

힘겹고,

내 앞에 놓인 그 어떤 것도

진전시킬 수 없소



날 두고 그저 단순한 사람이라

치부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당신은 이방인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잖소



부탁이니 내 곁을 떠나 주시오

방랑자였던 당신의 정체성 그대로

이제 그만 나와 안녕합시다





커버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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