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체성 그대로 이제 그만 나와 안녕합시다
방랑자여
처음엔 당신도 고단 했겠지
존재를 알아주는 이도
바라봐 주는 이도 없었을 테니
내게 다가온 것은 이해하오
한데 더 이상은
더 이상은… 미안하지만
당신을 용납하기 어려울 거 같소
부디 내 곁을 떠나시오
커다란 얼음보다
냉소적인 건 알지만
이젠 나도 어쩔 수 없소
내 인생이 뒤죽박죽이요
숨 한 번 내쉬는 것조차
힘겹고,
내 앞에 놓인 그 어떤 것도
진전시킬 수 없소
날 두고 그저 단순한 사람이라
치부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당신은 이방인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잖소
부탁이니 내 곁을 떠나 주시오
방랑자였던 당신의 정체성 그대로
이제 그만 나와 안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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