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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Oct 16. 2018

미역국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끈적끈적

미끌미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식감이다


특유의 비릿한 내음도

내키지 않는다


코끝을 찌르는 비린 향을 두고

바다내음이라는데 

그저 콧방귀만 연신 뀌고프다


미역 이야기다


한데 생일상엔 늘 미역국이 올라온다

끈적끈적 미끌미끌 

비린 내음 자랑하는 미역이 싫어 

산고의 큰 고통 겪으신 모친께 

부디 올리지 말아 주시라

주객전도 되어가며 당부를 드렸건만


모친께선 올해도 생일상에 

미역국을 올리셨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니 

싫은 건 여전했지만


이번엔 맛의 결이, 아니 

국을 대하는 

내 정신의 결이 달랐다


천지 요동하는 극한의 고통을 감수하며 

날 낳으셨을 어머니


형언할 수 없는 그 순간 

무용담 삼아 이야기하고 싶으셨을 텐데

다 그러고 산다는 풍토 아래 

침묵하셨을 어머니


다만 아이 젖이나 잘 물리자며

한술 뜨셨겠지

어머니가 주셨던 정성

생명 소중히 여겼던 마음처럼


국물 한술 떠 입에 담으니 

어머니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 

속을 데웠다


끈적끈적 미끌미끌한 미역을 타고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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