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스물 무렵의 나는
완성되지 않은 자아와 커다란 객기로
큰 꿈을 지닌 채 살아왔다
짧은 머리의 새로이처럼
두려움 따윈 치워버리고
오롯이 주위의 가르침과
담대함으로 삶을 관통했다
여전히 내게 있어
어수룩이란 단어가 묻어 있을 때
서툰 사랑을 하고야 말았다
이서의 그 방식처럼
특별한 조치도 없이 주위만 맴돌았다
그리다 그녀는 떠나 버렸다
난 그녀에게 특별한 무엇이 되긴 싫었다
그저 옆에 머물며
삶에서 생겨난 상처를 환희로 메우고
더위가 찾아들면 바람이 되고
추위가 찾아들면 온기로 메우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럴 수 없었을 때,
모든 상실감을 가득 담아
눈물을 뱉었고 또 삼켰다
꿈과 사랑…
다 작별하고만 지금의 나는
단 한 가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밖엔 할 줄 모른다
그리고 현재 내 곁에 머무는
내 사람들, 그들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아는 것은 꼭 승권의 모습과 닮았다
어찌 보면, 단순한 나의 삶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것은
이런 나를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세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치 않았지만 태어나 보니
목도한 지금의 내 모습
나름 좋아해 보려고 애쓰는데
이따금씩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표정과 말투, 무딜 수밖에 없는
몸짓만으로 평가하고 재단한다
게다가 우매하게도 나는 늘
세상이 놓은 지저분한 함정에 빠져서
굳이, 나의 나 됨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이와 토니처럼 말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내가 느끼고 누렸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안고 산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자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모두의 인생이
역경과 고난이라는 순리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만이 충만한 날들이 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그 소망을 위해 오늘도
눈 앞에 놓인 삶에 도전한다
어떤 자극과 방해에도 굳건하고
스러져 가는 빛에도 끄떡없는
돌덩이가 되기로
만일, 그걸로도 부족하다면
그 이상은 어떠랴 싶다
Inspired by Itaewon Class
본문 이미지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티저 포스터 이미지이며 출처는 JTBC <이태원 클라쓰>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은 ⓒ JTBC & JTBC STUDIOS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