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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pr 25. 2020

저너머에 다른 사랑이 있을 거란 착각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메인 포스터.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 JTBC & JTBC STUDIOS



몇 달은 지난 이야기다. W는 내 오랜 친구다. 그 녀석은 생전 가도 전화하는 법이 없다. 많아 봐야 1년에 한두 번? 심지어 그마저도 내가 할 때가 많다. 그런 녀석이 한 번은 전화가 왔다. 워낙 오랜 시간 알아서 인사치레 할 것도 없다. 네가 웬일이냐?는 약간의 비아냥(?)으로 시작된 통화는 심히 길어졌다. 이 놈이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속사포다. 게다가 당시엔 꽤나 무거운 이야기여서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W의 장점은 심각한 일이어도 자기 일 아닌 것처럼 웃으면서 이야기한다는 점인데 그 점이 새삼 고마웠다. 삶에 찌든 자기 얘기를 어느 정도 마쳤는지 다른 친구들 안부를 묻기에 한참 육아 중에 있는 이젠 줌마 대열에 선 동기 얘길 꺼냈다. 그랬더니 이 자식이 하는 말, , 걔가 이제 우리보다 어른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잖아. 어지간한 결심 없인 힘든 거라고. 솔직히 W의 그 말을 듣고, 쇼하고 있네. 저놈의 개똥철학이란 말이 순간 스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처음부터 곱게 듣지 않았던 이유는 W 특유의 가르치려는 말투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보다 어리면서.^^



허나 어쨌든 그냥 넘어갔던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만 봐도 친구, 선후배를 막론하고 솔로로 남아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 품절남 품절녀들인데 그들 중 다수가 육아 전선에 있다. 그러니 그들의 소셜 미디어 계정만 봐도 부모로서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내 비록, 내일모레 마흔이 되나 실은 아직 철이 없고, 여전히 많은 부분 단련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아무리 브런치에 사랑이라는 카테고리로 글을 쓰고, 이에 대해 늘 마르고 닳도록 논한 들, 어찌 미혼자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기적을 경험한 기혼자들의 인내와, 완성형의 사랑을 알겠는가. 그래서 한편으로는 사랑에 대해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은, 겉으론 감정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내면엔 희생이라는 숭고함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 그 첫인상

그런데 한 드라마가 부부라는 이름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화제다. 바로 JTBC<부부의 세계>이다. 총각이면서 부부의 세계를 논하는 드라마와 함께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선 잠시 내려놓고, 잘 보고 있다. 티저 예고편에서도 설명되었듯 이 드라마는 영국 드라마<Doctor Foster>원작이다. 타국 드라마의 베이스를 따른다는 점이 신선했고, 비록 짧은 영상이었지만, 이전에 같은 방송사에서 방송됐던 <미스티>에서 보여준 연출 방식과 비슷해 보였다. 동일한 연출자 분인가 해서 찾아봤더니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지선우라는 인물을 연기한 김희애 씨의 파격 연기 귀환이었다. 6년 전, 드라마 <밀회>에서 선보인 연기력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미스티>가 보여준 감각적 연출만큼이나 특유의 긴장감을 계속 선사하는데, 특히 OST가 한 몫한다. 계속해서 무슨 일이 생길 거야 긴장 놓지 마 하고 말하는 듯하다.                       


          



직관적인 전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원작인 <Doctor Foster>를 보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선 꽤나 직관적인 드라마다. 겉으로는 차분하게 말할 것 다 말하고, 거리낌 없이, 비밀은 담쌓아 놓은 듯 하지만, 실은 일촉즉발의 평행선을 달린다. 지선우의 남편 이태오는 자신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지선우에게 오글거리는 멘트란 멘트는 다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지가 않다. 아까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함은 다름 아닌 태오의 바람이고, 다만 지선우가 언제 아느냐가 드라마 전개의 열쇠였다. 굉장히 심플하다.



하지만 이 심플한 전개를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 완벽히 지선우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 이태오는 마치 자신이 바람을 피운다고 하는 단서를 주고 싶다는 듯 허술하게 행동하는데, 이에 대응해 선우 역시 미행과 염탐으로 확실한 증거를 잡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태오의 외도를 지선우 본인만 몰랐을 뿐, 주위 사람들은 전부 진즉에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태오와 그의 연인 여다경이 떠난 여행 당시 찍힌 사진에는 지선우도 알 법한 인물들이 전부 있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 드라마 최고의 씬 아닌가 싶을 정도다. 선우가 느꼈을 배신감과 절망이 연기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것이 아까 말한 심플한 전개를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할 이유다. 소름이 쫙!!



부부의 세계인가, 아니면 돌 + 아이의 세계인가

이런 말을 하면 남자인 입장에서 내 얼굴에 침 뱉는 것 같긴 한데, <부부의 세계> 같은 경우에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인물 간의 잘잘못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보통은 삶 자체가 그렇듯이 어떤 일이 터지면, 한 사람만 독박 쓰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웬만하면 다 쌍방과실이다. 드라마 또한 마찬가지이다. 해서 잘잘못을 공평하게 보여주고, 그 덕에 우린 주인공 이외에 인물에도 연민을 느낀다. 한데 이 드라마는 지선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물이 나쁘다. 특히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 중 남자들은 정말 악질이다.



한 번 보자! 손제혁! 그는 이태오와는 동창이다. 언제나 이태오에게 열등의식을 가진다. 자신의 부인이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맘 한켠엔 쥐뿔도 없는 이태오가 잘 사는 요인이 지선우 때문이란 생각에 늘 배가 아프다. 뿐만 아니라 그의 여성편력은 대단하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지선우는 손제혁을 이용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손제혁은 곧이곧대로 눈만 뻘개서는, 한심한 사람 같으니… 그리고 하동식! 그는 선우의 환자다. 강박증 환자인데 늘, 그녀 앞에서 괴변을 늘어놓는다. 그러다 한 번은 자기 성질에 못 이겨 선우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박인규는 태오의 외도 증거를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민현서의 남자 친구다. 지선우와 그녀의 주변 인물을 이용해 어떻게든 돈이나 뜯어내려는 백수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선우를 괴롭힌다. 이러니 이쯤 되면 그녀의 주변 남자들은 전부 에러(Error)다.



물론 이태오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외도 후, 그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으면 말없이 떠날 것이지.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시키며 당당하게 한다는 말이, 사랑하는  죄는 아니잖아!”였다. 이쯤 되면 돌 + 아이의 세계 맞지 않나. 아, 예외로 설명숙을 명단에 추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오의 도를 넘는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다경과의 결혼으로 아이를 낳고, 또, 인인 여병규 회장의 지원으로 모자랄  없는 상황에서, 태오는 아이러니하게도 지선우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여다경을 바라볼 때의 눈빛과 지선우를 바라볼 때의 눈빛이 다르다. 추측컨대 태오에게 다경은 필요했던 여인,  자신의 부를 위해 어쩔  없이 필요했던 통과의례와도 같은 존재였고, 선우는, 자신의 곁에 두고 소유하고 싶었던 여인인  같다. 이처럼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들의 결말이  궁금하다.



앞서, 글의 서두에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했던…  생각해 오던 바가  드라마   흔들리진 않는다. 내겐 그저  이상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누군가는 지금도 겪고 있고,  나아가, 누군가는  원하는 일탈일  있기에 쓰여진 드라마일 텐데,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주제넘지만 한마디 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그곳, 저너머에 다른 사랑이 있을 것 같고, 또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아마 착각일 것이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이 진짜 사랑이다.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면, 저너머에 보이는 사랑의 문은 애초에 열리지도 않을 것이다.     



본문 이미지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메인 포스터 이미지이며 출처JTBC <부부의 세계>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 JTBC & JTBC STUDIOS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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