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춘기록>이 오늘로 종영한다.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라 아쉬울 따름이다.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관련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청춘’이란 말을 딱 접하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연민>이나 <처연한 감정>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그것이 꼭 아직은 청춘이라고 선포하고픈 이가 느끼는 동질감 때문이라곤 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 왜냐하면, 청춘의 시절은 일생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선물꾸러미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청춘이란 타이틀이 붙을 시절은 필시, 어른이기에 모든 것에 능수능란해야 하며, 동시에 한없이 미숙해서 쓰디쓴 실패를 맛볼 때이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얄궂게도 저마다의 삶은 달라서 애초에 왕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저 맨땅에 헤딩! 주어지는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므로 문자 그대로 푸른 봄의 시절이기도 한 청춘의 날들은 역설적으로 눈썹 휘날리게 매일을 살다가 기록해줄 이 조차 없어서 그냥 떠나보내는 찬란한 슬픔의 시간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그러니까… 세상이 규정해 놓은 표현을 빌려 희끗해진 머리칼에 주름이 진하게 패인 부모님 세대 분들은 종종 이렇게 이야기하시곤 한다.
“너는,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청춘기록 속 주인공들이 극 중 스물여덟 정도인 걸 감안했을 때, 그 시간을 떠나보낸 지 꽤 오래된 나로서도 어른들의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스물여덟은 아직 세상을 정의하기에는 한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스물여덟을 넘어 서른의 초반, 마흔 가까이 되는 시간을 살아내도 그토록 무거운 인생의 참 의미를 찾는 것은 오묘한 일 같다.
그러나 드라마 속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 사혜준, 안정하, 원해효는 그 어느 어른들과 선배들보다 더 성숙하다.
사혜준은 어릴 적부터 본인 방이 없어 갈망했음에도, 성인이 되고 연예인으로서 성공을 거둬 집안에 돈을 대는 형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방을 얻었다. 방이야 작은 일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는 것. 해서 어렸을 적에 이야기했던 ‘커서 성공하면 효도하겠다’는 말을 현실화시켰다.
또 하나, 혜준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안다. 매니저인 민재를 신뢰하고, 친구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성품이 있다. 거기에 더해 연예인이라면 반드시 맞닥뜨려야 할 악플 세례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곁에 있었고 지금도 함께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치도록 침착하다.
정하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의 이혼이 트라우마가 될 만한데 무너지지 않았고 도리어 씩씩하다. 아버지를 측은하게 여길 줄도 알고, 물색없이 자신만 아는 듯 보이는 엄마를 향해 불만을 갖지만, 그래도 용서할 줄 아는 성품을 지녔다. 일에 있어선 빈틈이란 보이지도 않고, 완벽하기까지 하다.
해효는 또 어떤가. 해효는 본래 혜준보다도 먼저 이른바 ‘스타의 반열’에 올라있던 인물이다. 그러나 시청자였던 내가 아는 한, 그 누구 앞에서도 으스대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의 입장에선 격세지감을 느낄 법도 한 것이 혜준의 입지가 자신보다 알음알음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준을 향해 앙심을 품는다든가, 부정적인 행위로 해를 가하는 일없는 멋쟁이다. 게다가 이름 철자에 ‘효’ 자가 붙어서인지 엄마에게 순종적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이상적인 젊은이들이 있을까. 엔간한 어른들보다 훨씬 나은 이 세 젊은이들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지랴.
가상의 드라마일 뿐이지만 분명히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이 땅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혜준과 정하, 그리고 해효 같은 멋진 젊은이들이 즐비할 것이라는 것이다.
당장에 가시적 성과가 없어도, 또 드라마와는 달리 그대의 치열하고 열띤 인생을 기록해 주는 이 없어도 두려워하거나 주저앉고 쓰러지지 말길… 지금 그대의 인생은 그대이라서 살아내는 거니까!
<청춘기록>이 고맙다! 청춘의 순간을 그저 밝고 희망차게만 그리지 않아서, 또 반대로 너무 미성숙하게만 표현하지 않아서 고맙다.
그러나 이 드라마 및 모든 K-드라마들에게 느끼는 옥에 티! 갈등이 너무 오래가서 행복한 순간은 정작 너무 짧다!
본문 이미지는 tvN 월화 드라마 <청춘기록>의 대표 이미지이며 출처는 tvN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은 CJ ENM에 있음을 밝힙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