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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an 19. 2021

싱어게인,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반란

모두의 삶이 몇 번이고 재도전하는 무한 어게인의 삶 되길

JTBC 월요 예능 <싱어게인> 메인 이미지. 출처 = JTBC <싱어게인> 공식 홈페이지.



MBC의 <나는 가수다>가 첫 전파를 탄 이후, 난 그야말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수가 동료들끼리 맞붙어 경연을 한다는 것도 모자라 심사의 주체가 시청자라는 점. 그리고 그 경연에 나오는 가수들의 네임벨류는 하나 같이 전부 트리플 A급. 기획 의도가 참 신선했던 당시 프로그램은 나로 하여금 노래에 푹 젖게 했다. 그렇게 시즌 1을 기대와 아쉬움으로 함께하다가 막상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즌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첫사랑의 마음과도 같은 설렘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시즌 1이 소위 초 대박이 나고, 시즌 2 역시 나쁘지만은 않았던 성공을 거두면서 방송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유사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찍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가수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결국, 가수들의 플레이 그라운드를 넓혀 주는 마중물 역할을 했고, 그 영향력은 프로끼리 대결을 펼치는 경연에서 벗어나 아마추어들에게 기회를 주는 서바이벌 오디션에까지 영역을 뻗쳤다. 셀 수도 없는 오디션 속에서 입상한 싱어들을 많이 봤지만 막상 데뷔한 직후에만 반짝 관심이 갈 뿐, 롱런하는 싱어나 퍼포머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늘 아쉬웠다. 게다가 오디션 당시에 보여준 신박함은 프로가 되면 거짓말 같이 사라졌고 그래서 아쉬웠다. 참신함을 버리고 먹히는 음악을 해야 그것이 성숙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매번 동일한 수순이었다.



모르겠다. 나 같은 음알못의 판단이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쨌든, 그런 이유로 거듭되는 오디션 러시가 달갑지 않았다. 뽑아놓으면 뭐하나! 퍼포머의 색이 아니라 기획사의 색이 담긴 옷을 입혀 놓는데. 가끔은 글쟁이이기 때문에 글로 승부를 봐야 하는 나지만, 때로는 두세 줄짜리 악보가 열몇 장의 긴 글보다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판다고 생각해서 종종 뮤지션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오디션이 정말 많고 거듭되면 될수록 그 밥에 그 나물 같아서 솔직히 말하면 이젠 오디션 프로그램은 별로다. 해서 승부를 가르지 않는 <비긴 어게인>만 쭉 봐 왔다.



한데 요즘, 정말이지 트로트의 열풍이 대단하다. <나는 가수다> 당시보다 아마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트로트를 사랑하시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이제 그만 듣고 싶을 정도로 세상 속에 트로트의 색이 짙어졌다. 그래서 트로트 장르 외 음악이 정말 귀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다가 우연히 <싱어게인>이란 프로그램을 보게 됐고, 또다시 오디션이란 것에 좌절했지만, 또 한편으론 JTBC의 또 다른 음악 예능이라 놀랐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는 것처럼 JTBC엔 참 많은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 게다가 <싱어게인>은 자사의 프로그램인 <슈가맨>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형태다. 참고로 나는 <슈가맨>도 보지 않았다. 예전 추억의 가수들을 소환한다는 포맷 자체는 반가우나 지나치게 오버하는 거 같아서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서였다. 물론 예능이란 게 과장이 없이는 되지 않는 것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좌우간, <싱어게인>이란 프로그램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첫째는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슈가맨>에서 파생된 것이긴 하지만, <슈가맨>이 일회성의 축제라면, <싱어게인>은 일회성이 아닌, 한동안 움츠러든 싱어들로 하여금 재기를 돕는 의미가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굳이 의미를 찾자면… 그렇다는 거다)



두 번째 특별함이라면, 참가자들을 이름이 아닌 번호로 호명한다는 것. <싱어게인>의 경우, 무명 가수들도 존재하지만 이름이나 노래 제목을 대면 알 만한 가수들, 즉 이미 과거에 한 자리했던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사람의 심리상 이름이 주는 부담감(?) 혹은 편애(?) 때문에 공정성이 바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물론, 시청자들이나 심사위원들이나 출연자들의 얼굴과 목소리 중 하나만 공개돼도 충분히 정체를 유추해낼 순 있긴 하다. 이런 형식은 또 MBC의 <복면가왕>과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싱어게인>,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점은, 프로와 아마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과거에 알려졌던 가수들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고, 되레 탈락의 위기 가운데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경우가 많았음을 이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은 다 알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대중의 마음이 과거를 추억하는 것에 머무르거나 현재 K-Pop으로 대표되고 있는, 아이돌 댄스 장르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는 니즈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참 신선하다고 느끼는 참가자가 있다. 바로 30번과 63번 참가자인데, 정말이지 이 둘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필시 그들 역시도 먼 훗날 언젠가는 지니고 있던 자원이 다 고갈될 것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자신들이 가진 역량 안에서 기죽지 않고 대성했으면 좋겠다.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싱어게인>은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반란이다. 30호와 63호 이외에도 주목할 싱어들이 많은데 그들도 다 꽃길만 걷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까지의 진행된 오디션을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들이 여태 주목받지 못한 것. 그리고 번호로만 불려야 했던 일들이 오롯이 우리의 삶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름을 알리고, 더불어 일류가 되기 위해 피 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까지 갔겠지만, 또 다른 타인들은 이름을 알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나 역시 <브런치>라고 하는 이 달필들의 세상에서 마당 한쪽 끝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언젠가 내게도 출판이라는 기회가 올는지… 아니, 그 기회 이전에 마치 <싱어게인>의 참가자처럼 부여된 번호, 혹은 지금처럼 특정 닉네임으로 지내되 가만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생존해야 한다면, 예리한 대중의 눈길 속에서 내 글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도 부질없지만 잠시 가져봤다. :)



이대로 글을 끝맺으면 흡사 신파처럼 끝날 거 같아 아쉬운 점 하나를 이야기하고 글을 마칠까 한다. 다 좋다. 노래도 좋고, 약간의 흥미 요소를 위해 오버하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는데 딱 하나, 심사위원들이 나름의 줏대를 가지고 심사에 임해줬으면 좋겠다. 예컨대 힘을 주고 노래하라 해서 감정을 한껏 올려 노래했더니 이제는 힘을 빼고 노래하라는 식의 주문은 영 부적절해 보인다. 심사위원들은 전부 프로들이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반면에 오디션 참가자들은 본인이 아무리 잘해도 재능을 깨닫지 못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그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보면서도 좀 의아했다. 그 날 그 날의 기분보다는,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사는데 도움을 준다는 막중함을 갖고,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글을 맺으려 한다. <싱어게인> 반응이 나쁘지가 않다. 허나, 바라는 것은 비단 노래하는 가수들만 어게인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어떤 분야에든그것이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번이고 재도전하는 무한 어게인의 삶이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본문 이미지는 JTBC 월요 예능 <싱어게인> 메인 이미지이며 출처JTBC <싱어게인> 공식 홈페이지이고 본 프로그램과 이미지의 저작권은 JTBC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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