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분당 가나안교회 청년공동체 하계 온라인 수련회
해당 글은 어제 열린, 2020 분당 가나안교회 청년공동체 하계 온라인 수련회의 후기 글입니다.
올해로 가나안교회에서 청년부 생활한지는 어느새 23년 차가 됐다. 그렇다. 청년부원으로서의 시작을 이르게 함과 동시에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그때마다 수련회를 참여하기도 하고, 불참하기도 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그리고 언제나 수련회가 끝날 때마다 했던 동일한 다짐이 있다. “어제오늘 느낀 마음들… 수련회를 통해 주님께서 주신 마음들을 잊지 말아야지.” 하는 것이었다.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만큼 더 발버둥 쳤던 기억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거듭되어 개최되는 하계 동계 수련회. 매번 다짐은 동일했다. 그러나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세월의 흐름과 비례하는 머릿 크기만큼이나 조금씩 줄어가는 간절함. 예컨대 이전에는 수련회 직후부터 시작된 시쳇말로 ‘수련회 약발’이 한 달 정도는 가서 눈물 뿌리며 기도했다면, 5년 뒤 아니, 10년 뒤부터는 20일 정도 갔고, 그 후로부터 또 5년 뒤에는 보름 이런 식이었단 이야기이다. 나이라는 숫자와 그 숫자에 따라붙어야 한다고 강력히 믿고 있던 같잖은 타협과 알량한 자존심 같은 데서 비롯된 것이리라.
사실 몇 년 전부터는 모이는 수련회는 참석한 시간보다 불참한 시간이 많다. 그렇다고 서운하거나 섭섭한 마음은 별로 없으며, 오히려 당연한 순리라고 받아들인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후배들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공존하면서. 그래서일까. 참여하는 수련회를 사모하며 기다리는 마음이 사실 별로 없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모두의 일상은 바뀌고 말았고, 당연하게 여기던 예배 및 교제가 이젠 보너스로 여겨지는 요즘. 언론은 일분일초를 앞다퉈 확진자 수를 이야기해 모두를 코로나 포비아에 몰아넣을 때 암담하기만 했다. 내가 교회에 출석한 마지막 주일은 1월 말경. 온라인 예배라는 대체제가 있어서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장기화되는 온라인 예배드림 가운데 오프라인 예배에 대한 사모함이 넝쿨 마냥 커졌다. 그러나 나의 특성상 도움을 받아야 하고, 타인과의 접촉은 숙명인 바, 이내 마음을 접고 기도함과 간절함으로 예배를 드렸다. 어느 주일날 담임목사님께서 “우리 예배는 장소가 아닌 마음에 달려있다.”라고 말씀하실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기억이다.
가감 없이 말한다. 부끄럽지만 모태신앙인 나는 지금껏 지금보다 더 예배를 사모한 적이 없다. 주일 예배 두 차례(부모님 출석교회와 가나안교회)는 물론이고, 매번은 못 드리며 시간에 맞춰 드리진 못하지만 새벽예배도 드리려고 노력하고, 수요 오전 예배까지 드릴 마음이 있는 걸 보면 내 말이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의 소중함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코로나가 종식되거나 백신이 투약되거나 혹은 기세가 미미해지면 다시 나가리라는 결심이 무색하게 반년이 지나도록 그 기세가 날로 큰다.
참으로 얄궂다. 한데 이런 상황에 리멤버 앤 리커버 온라인 수련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오프라인 수련회를 했다면, 시국이 어쩌고 하면서 속으로만 우려를 표했을 거면서 막상 온라인이라니까, “그게 되겠어?” 하며 물음표를 던지더라. 예배를 사모하는 자가 온라인 수련회의 흥망(?)을 논한다? 최고의 아이러니.
이런 아이러니와 초특급 건방짐이 뒤섞인 혼합된 감정은 두 분의 목사님과 임원들의 정성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졌다. 그리고 당일날인 오늘, 정 목사님은 나를 위해 비를 뚫고 거침없이 수련회 굿즈 딜리버리를 하셨고, 그래서 비록 얼굴은 못 뵈었지만 감사했다. 강의를 해 주신 전도사님들과 목사님께는 너무 감사했지만, 별개로 별로 스마트하지 않은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강의였다 흐흐.
7시경 시작된 온라인 집회 때는 최 목사님께서 올라오시자마자 수련회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주님께서 역사하실 섭리를 생각하시며 눈물을 보이셔서 따라 울기 시작했다. 그때, 주마등처럼 떠오른 생각들이 많다. 지난 반년 동안의 삶이 녹록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지켜주신 주님의 섭리. 그 섭리를 오롯이 느끼지 못한 나의 아둔함. 그리고 여전히 힘겨워할 때가 많은 연약한 영혼.
찬양 팀과 함께한 찬양을 더 크게 하지 못해 아쉽다. 장현이, 지혜, 현수, 재현. 그리고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아직 모르는 멋진 후배들과 정 목사님의 찬양이 보기에 심히 좋았다. 나도 그랬는데 주님은 어떠셨을까.
정 목사님의 설교는 나 자신을 떠올렸던, 그리고 주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본 순간이었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것 같아 민망하지만, 나야말로 ‘척’하는 척 맨이다. “너 괜찮니? 진짜 괜찮아?” 하는 목사님 음성이 꼭 내게 하시는 말 같아서 다시금 왈칵~ 아~C. 조기 갱년기인가. 눈물이 마르지를 않네...ㅋ
이렇게 해서 23년 만에 난생처음 경험한 온라인 수련회는, 결국 어지간하면 경험 못할 이색적인 감정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끝이 났다. 바라기는 부디 코로나19가 어서 물러나 다시 모이는 공동체… 그래서 늘 주님과 서로를 기억하는 공동체가 되길. 더불어 그렇게 항상 주님을 생각하므로 회복력이 넘치는 가나안 청년 공동체 되길 기도드린다. 이제 하나 남았다. 오늘의 이 다짐을 얼마나 지켜 갈 건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수많은 날들에 밀려 다 잊게 되더라도 끝내는 기억할 힘을 허락하실 것이란 것을. 모두 수고하셨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