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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내 시선은 언제나 동일한 곳에 머물지만, 내 귀는 늘

by LOVEOFTEARS
Photo by Epic Images on Pixabay



온전히 빛을 삼킨 어둠이 지나고

희미한 빛이 피어오르는 그때


그래, 눈꺼풀 들어 올리기도 전

아직 잠결에 취해있을 찰나



내 맘에 닿지도 않을 듯한

작은 소리로 읊조린다



본디 완전하지 못한 자이나

나름의 완전함으로

하루를 수놓게 해달라고



해서 존재로서의 의미를

매일 망각하잖게 해달라고



그렇게 현실과 꿈결을 넘나들다

곧 하루 숨의 시작이

명확해질 때쯤엔



나와 당신이

각각의 의미로 새기고

또 여러모로 새기는

무성한 활자들을 읽는다



휘뚜루마뚜루 읽어 간

삶의 흔적들에는

어지간히도 흔한 훈수들이

깊게 배어 있다



그대와 나

나와 그대 모두

눈, 코, 입 있는 사람임을 잊나 보다



딸깍딸깍, 드륵드륵…

가을이 새겨지는 요즈음에

배반이라도 하듯

땀과 열을 쏟는

유희 거리를 찾는다



그런데 그나마도

맛없는 소금이요

미지근해서 기억에도 안 남는

바람 같다



그렇게 해서

미명과 깊은 밤의 경계를

모두 지내면

어느새 소홀했던

가까운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때와 그 순간,

그 공기와,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한다



총알 같은 잠깐의

스치는 사과를 마치면,

이내 엄습하는 서늘함 맞으며

자리에 눕는다



쉴 새 없이 바뀌어지는

TV 화면을 향하거나

아님 높다란 천장,

내 시선은 언제나

동일한 곳에 머물지만



내 귀는 늘 언젠가에 들은

그녀 목소리, 걸음소리

혹… 숨소리에 맞춰 있다



이게 나의 하루의 끝이다



내게만 들리는 그 소리에

조용히 집중하다 보면,

차오르는 그것… 그것에게 고맙다



덕분에 이 어지러운 세상

내내 목도해도 두 눈은,

결코 말라서 뻑뻑할 일 없으니까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Photo by Epic Images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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