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선은 언제나 동일한 곳에 머물지만, 내 귀는 늘
온전히 빛을 삼킨 어둠이 지나고
희미한 빛이 피어오르는 그때
그래, 눈꺼풀 들어 올리기도 전
아직 잠결에 취해있을 찰나
내 맘에 닿지도 않을 듯한
작은 소리로 읊조린다
본디 완전하지 못한 자이나
나름의 완전함으로
하루를 수놓게 해달라고
해서 존재로서의 의미를
매일 망각하잖게 해달라고
그렇게 현실과 꿈결을 넘나들다
곧 하루 숨의 시작이
명확해질 때쯤엔
나와 당신이
각각의 의미로 새기고
또 여러모로 새기는
무성한 활자들을 읽는다
휘뚜루마뚜루 읽어 간
삶의 흔적들에는
어지간히도 흔한 훈수들이
깊게 배어 있다
그대와 나
나와 그대 모두
눈, 코, 입 있는 사람임을 잊나 보다
딸깍딸깍, 드륵드륵…
가을이 새겨지는 요즈음에
배반이라도 하듯
땀과 열을 쏟는
유희 거리를 찾는다
그런데 그나마도
맛없는 소금이요
미지근해서 기억에도 안 남는
바람 같다
그렇게 해서
미명과 깊은 밤의 경계를
모두 지내면
어느새 소홀했던
가까운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때와 그 순간,
그 공기와,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한다
총알 같은 잠깐의
스치는 사과를 마치면,
이내 엄습하는 서늘함 맞으며
자리에 눕는다
쉴 새 없이 바뀌어지는
TV 화면을 향하거나
아님 높다란 천장,
내 시선은 언제나
동일한 곳에 머물지만
내 귀는 늘 언젠가에 들은
그녀 목소리, 걸음소리
혹… 숨소리에 맞춰 있다
이게 나의 하루의 끝이다
내게만 들리는 그 소리에
조용히 집중하다 보면,
차오르는 그것… 그것에게 고맙다
덕분에 이 어지러운 세상
내내 목도해도 두 눈은,
결코 말라서 뻑뻑할 일 없으니까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Photo by Epic Images on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