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천천히 가는 여유
밥 뜸 드는 냄새를 맡는다
크게 부지런할 필요 없는 요즘
게으름에 한껏 젖은 내가
이불 밖도 채 못 벗어나서 맡는
첫 향기다
밥 뜸이라는 구수한 알람이
몸을 일으켜도 눈꺼풀은 여전히 무겁고
입안은 마르며, 또 깔깔하다
밥을 넘길 신박한 찬 거리는 없는지
실눈 뜨고 이리저리 탐색하다 보면
매의 눈의 모친께 금세 들켜
여전히 철없는 어른 아이임을
실감케 해드린다
밥에는 힘이 있다
밀려드는 잠에
재충전돼서 찾아온 하루의 생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한술 또 한술
그렇게 그릇을 비워내다 보면
어느새 맑아지는 정신과
의지가 가득 찬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아낸다
이쯤 하여,
밥 뜸 들이는 냄새를
다시금 떠올린다
격렬히 끓다
마침내 뜸 들어 완성되는
밥의 모습처럼
삶의 모습, 그 시종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때로는 머물기도 하고,
뜸도 들여가며
스스로에게 무자비했던 지난날
되뇌어
모두가
조금만 천천히 가는
여유도 그려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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