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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Nov 21. 2020

밥 뜸 드는 냄새를 맡는다

조금만 천천히 가는 여유

밥 뜸 드는 냄새를 맡는다 



크게 부지런할 필요 없는 요즘

게으름에 한껏 젖은 내가 

이불 밖도 채 못 벗어나서 맡는 

첫 향기다   



밥 뜸이라는 구수한 알람이 

몸을 일으켜도 눈꺼풀은 여전히 무겁고

입안은 마르며, 또 깔깔하다



밥을 넘길 신박한 찬 거리는 없는지 

실눈 뜨고 이리저리 탐색하다 보면 

매의 눈의 모친께 금세 들켜


 

여전히 철없는 어른 아이임을 

실감케 해드린다 



밥에는 힘이 있다



밀려드는 잠에 

재충전돼서 찾아온 하루의 생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한술 또 한술 



그렇게 그릇을 비워내다 보면

어느새 맑아지는 정신과 

의지가 가득 찬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아낸다



이쯤 하여, 

밥 뜸 들이는 냄새를

다시금 떠올린다 



격렬히 끓다 

마침내 뜸 들어 완성되는

밥의 모습처럼 



삶의 모습, 그 시종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때로는 머물기도 하고, 

뜸도 들여가며

스스로에게 무자비했던 지난날 

되뇌어



모두가

조금만 천천히 가는 

여유도 그려냈으면 좋겠다




커버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Photo by Mgg Vitchakor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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