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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Dec 11. 2020

엄마의 등

영원불멸의 선물이다

Photo by VaniaRaposo on Pixabay



마치 거인이 된 것처럼

세상이 한눈에 펼쳐진다



휑하고 지나는 자동차

분주히 뛰는 사람들

모든 게 먼지처럼 작고 여리고 

앙증맞게 보인다 



하물며 한없이 올려다봤던 

소나무 한 그루도  

별수 없이 내 시야 아래다 



조금은 무섭지만 

세상 만물을 굽어볼 수 있는 곳 



그렇다, 나는 육교 위에 있다 



다시 세상과 나의 시야가 

동일해질 때쯤,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두리번두리번…  



그러다 발견한 별들의 고향 

동네 문방구 

그 안엔 수많은 로봇 친구들이 

만나면 반갑다고, “이리 와.” 


 

그들 성화에 못 이겨  

거의 매일 동거의 아량을 베푼다 



세상과 또렷이 눈 맞춤도 하고  

한껏 아량도 베풀고 나니 

눈꺼풀은 어느새 무겁다 



나 홀로 뿌듯한 마음 가득 채우고 

스르르 잠에 젖는다 



이 모두는 과거

넓으신 엄마 등에  

두꺼운 포대기로 둘러싸였던 

영영 녹지 않을 나만의 온기 



엄마의 등은 

영원불멸의 선물이다 



육교 위 불어오는 바람의 청량감도 

다수 로봇과의 물색없는 동거도 

예고 없는 꿈나라 여행도  



모조리 허용하셨던 엄마의 등 



보답할 길 찾지 못하고 

오늘도 이렇게 잉크에 담는다



Dec 8th 2020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Photo by VaniaRaposo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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