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Nov 20. 2021

말라버린 펜 위에 잉크를 적시며

휴필의 시간들…

Photo by David Gavi on Unsplash



일곱 달 동안 서랍 속에 넣어둔 

말라버린 펜 위에 잉크를 적셔본다



마치, 무언가를 위한 첫걸음을 떼는 듯

어딘가 많이 설은 느낌이다



지난날 이곳에는 

빽빽한 공백으로 채워졌지만



나의 삶은 한시도 

빈 곳이 없었다



우선

나 자신을 돌봐야 했고,

그 후엔

나를 돌보는 이들과 함께해야 했다



그런데 실은 나보다 

내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우선이었다



나의 정열과 정신을 

그들에게 온통 쏟아도 



그래봐야 보탬은 고작 

먼지 같을 뿐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그렇게 살아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증발해 버렸고, 

어느새 오늘에 이르렀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즐겨 찾던 펜을 

서랍 속에 외로이 가둬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라는 무서운 공포는 

이제 심중 깊숙이 자리 잡아서 

되레 고요한 침묵으로 치환돼 버렸고



지난날에 대한 

갈망이나 그리움은 더 이상 

특별해서 저릿하기까지 한 

애처로움이 아닌, 

보통의 것이 돼 버렸다 

 


이 어쭙잖은 몇 마디로 

흔적 없이 사라졌던 

지난날을 다 설명할 수도 

이해시켜 드릴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필의 시간들, 

그 길었던 시간들을 

조금은 양해해 주시기를…  

 



Photo by David Gavi on Unsplash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아이의 물장난 같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