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고난이나 행복은
마치 어린아이의 물장난처럼 온다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옆 사람에게 장난처럼 흩뿌리면
처음엔 그렇게 젖은 듯 만 듯
그것이 고난과 행복의 시작점이다
그러다 자칫 지속되면
팔 소매로
옷의 밑단으로 퍼지고
끝내 사방으로 퍼져
결국 버리게 되듯이… 그렇게 젖는다
매일의 낮과 밤을 맞으며
내 감정의 젖은 정도를 체크한다
아, 그전에
타인들은 얼마나 적셔졌나를 살핀다
행 불행을 따라
시샘하거나 안도하는
비겁한 척도 조사가 아니라
고됨으로 젖은 이에게는
이미 이력 있는 내 옷 들추며
괜찮다 말하기 위함이요
환희로 젖은 이에게는
한껏 충만히 젖으라며
떠밀기 위함이다
그대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감정에 젖었든 그것이
시기의 화살이 되거나
지탄의 화살이 되어 꽂히지 않길
왜냐면, 그대는 그리 될 때까지
이미 많은 일들을 치렀고
또 이겨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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