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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Feb 13. 2023

부디, 용서를

2023

Photo by Denis Volkov on Unsplash




불과 몇 년 전

너무 뒤늦었지만

영화 <봄날은 간다>를 만났다



풀 HD를 넘어

울트라 HD가

당연시되는 요즘,



영화는 세월의 흐름 따라

마치 노숙한 어른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검버섯 같이



여러 점의 무리들이

여기저기 피어올랐다



그래서 참 정겨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미로움이 감싸 안아 좋았지만

그중에 가장 좋았던 건



머리에서 가슴으로 번져 흐르다

이내 한도초과 되어버린

은수를 향한 상우의 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의 흔적은

어느새 무모함으로 바뀌어

미친 듯 택시에 오르게 했고



천 년과도 같았을 한참을 삼켜

마침내 침묵으로 은수를 안았을 때



무심한 듯했지만



바보처럼

꼭, 제가 상우가 된 마냥

조용히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느낀 감정은

분명

사랑에 대한 이해였고

공감이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 역시

여러 모양의 무모함

자그마한 광기는 숙명이다



때문에

천 년 같은 몇 분

혹은 몇 시간의 택시 트립은

언젠간 반드시 있어야 할 터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퍼 주기만 하는

주위의 모든 벗들을 위해



온갖 희생을 생각지 않고

무심히 녹여버리는

가족을 위해



또, 만에 하나 어딘가에 있을지도

만날지도 모를

나만의 은수를 위해



끝으로

지구 반대편

아직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하지만



날 향해 손 내밀

그 누군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리라



허나 당장은 아무런 약속도

어떤 움직임도 장담하지 못하는

이 연약한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디

사랑하는 당신께

자비와 이해와 공감을 구하며

용서를 빌 뿐





Photo by Photo by Denis Volkov on Unsplash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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