步行
요즘엔 그럴 일이 정말 없는데
예전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
그럼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망설임 없이 답을 한다
내가 지은 책이 있는
‘저자’가 되는 것이 현재의 꿈이고
과거에는
열정으로 가득 차
그 모든 것을 땀으로 발산하는
‘프로게이머’가 꿈이었으며
그보다 더 이전에는
택시를 모는 ‘운전기사’가 꿈이었다고
그러면 사람들은 대번에
피식하고 비웃거나 아니면
반대로 “우와” 하고 박수를 치곤 한다
둘 다 이상하지만 어쨌든…
한데, 사실 이런 것들은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나
이루면 기분 좋은 그런 부류의 것들이지
진짜 ‘소원’이라고 할 순 없다
내 간절한 참 소원이라면
첫째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주님 안에서 행복한 것이고
둘째는
내 두 다리로 걸어보는 것이다
한 가지 소원은 이미 이뤄졌지만
무척이나 오래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두 번째 소원은 사실
기적이란 이름의 무한한 은혜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보이지 않는 맘 속 깊은 구석에
이 소원을 담아놓은 것은
앞서 언급했었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위시리스트를
실현하고픈 갈망 때문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할 수 있으면 좋지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간 받은 사랑과 정성에 보답하는 것
보행할 수 있고, 그래서 혹여
내가 필요한 이들의 곁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사람답게’ 살고
‘사람 냄새’ 풍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것이 내 진짜 꿈이요
이루고 싶은 이유다
보태거나 제함 없이
이게 전부다
아무튼,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며칠 전부터 관련 행사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지독히도 변치 않는 무언가를
또다시 발견했다
변함없이 그들은 평등을 이야기했고
그 당위성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다
사실, 사람은 이미 평등하다
신께서 그렇게 지으셨다
단지 다를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여전히 사람이
타인을 향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라고 믿는다
그런데 장애인과 그들의 부모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다름을
그 흥미로운 사실을 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꼭 그래야만 하는 숙명을 가진다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지키고 간직한
그래서 누구도 결코 빼앗을 수 없는
보행의 꿈처럼
누군가는
다름의 당연함을 설명하는
구차한 시간의 종말을 꿈꾸고 있으리라
부디, 그들에게
그리고 내게도
참 소원을 이루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Written on April 20th 2024
Modified on April 21st 2024
Photo by Kai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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