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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티 Yaaatii Feb 23. 2022

제주 4.3에 대한 이야기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두번째. 

 지난 주말에 국립제주박물관에 다녀왔다. 제주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할 것 같다. 박물관 관람이 일회에 그쳐서야 되겠는가? 더 공부하고 사유하고 통찰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쓰겠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면서 안내인에게, 제주도에 소재한 박물관과 미술관 지도가 있는지 물었다. 없다고 답했다. 입구에 제주도 지도가 있으니 그걸 참고하란다. 덕분에 입구의 기념품 매장에 갔다가 몇 권의 책을 발견했다. 암만해도 제주 관련 책들이었으리라.


 주말 오전에는, 다랑쉬오름을 다녀 온 감상을 전하는 동료 신도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가족들끼리 함께 제주도 여행을 정기적으로 하는데 때마다 오름들을 다닌다며, 지난 번에는 다랑쉬오름을 올랐고 그곳에서 본 풍경이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실, 다랑쉬오름에 아직 다녀오지 않았다. 이미 제주도민이 된 마당에 오름을 관광 다니는 것에 대해 촉박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주 출신의 유명한 사진 작가, 고길홍 선생이 찍은 '오름나그네(다빈치출판사)' 3권 세트를 구매하게 되면 책과 함께 답사하리라.


 기념품 매장에서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라는 책을 구매했다. 제주4.3에 관한 책일 것이다. 단숨에 내리 읽었다. 다랑쉬오름의 어딘가에 있는 '동굴'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진집이었다. 유골의 사진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사실, '제주4.3'에 관한 이야기를 나까지 더 보태는 건, 그리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제주도민이 된 이상, 제주4.3에 대한 추도의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 이주 전까지 제주를 다닌 횟수를 헤아려보니 총 12회였다. 때마다 제주4.3에 대한 추도를 나름대로 해왔다. '학문'에 뜻을 둔 어느 시기에 내 연구 주제는 '제주4.3'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기도 했다. 당시 제주 여행 때 제주4.3 기념관을 다녀오면서 자작시의 형태로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집단으로 학살 당하는 일은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참 공허한 말이기도 싶다. 내가 살게 된 이 국가와 이 땅에 한 세기도 안 되는 과거에 수차례 있어왔던 일이다. 


 조선의 후반기 혼란했던 개화의 시기에 민중들의 봉기를 꺾은 건 조선의 양반들과 군인들이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 민중들의 삶이란 이루 말할데 없이 처참하지 않았던가. 해방 이후에도 이데올로기 논쟁은 지리산과 남해의 여러 지역에서 사람을 많이도 죽였다. 


 4.3의 상처는 어쩌면 그 당시를 살았던 지금의 제주의 노인들이 죽고 나면 잊혀질지 모른다. 하지만 제주의 곳곳에 4,3의 상처를 위로하고 기억하려는 장소들이 있다. 제주를 여행하겠다고 하면 제주4.3 유적지들을 돌아보는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더욱 그럴 이유가, 지난 2014년에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고등학생 수백명이 바다로 빨려 들어가 죽은 일이 있지 않은가. 이상하게 제주는 안타까운 죽음들이 연결된다. 학생들 학교 인근의 추모관을 수차례 드나들면서, 이들의 죽음은 전쟁 시의 죽음 같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수백명씩 죽을 때 국가가 보호하지 못했다면 이것은 반강제적 학살이라고 단정한다. 하다못해 재난재해를 당했어도 국가라는 제도는 보호대책을 서둘러 마련한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의 죽음과 제주4.3의 엄청난 죽음에는 정치의 색깔이 입혀진다.


 다랑쉬굴의 유해들도 발견 당시에 정치적인 압력으로 인해서 서둘러 '화장'되었고 그 유해는 김녕의 바다에 뿌려졌단다. 억울하게 죽고 50년을 묻혀 있었는데 그 유골들마저 정치적인 이유로 없애버리려 했다니, 내 부모나 자녀를 그렇게 처리한다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에메랄드 빛의 한적한 김녕 앞바다는 예쁘다. 여름이면 그곳은 캠퍼와 서퍼들로 북적인다. 가을에는 옥빛바다 위에서 연인들이 사진을 찍는다. 한쪽에서는 부자들의 요트들을 체험할 수도 있다. 


 다랑쉬굴에서 죽임을 당한 이들은 하도, 종달리 주민들이었단다. 내가 책방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역인 세화의 바로 옆 마을이다. 이곳은 제주도에서도 덜 알려진 곳이라 제주의 서쪽보다 한산한 편이다. 김녕과 평대 세화 종달 성산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경관은 무척 아름답다. 이런 곳에서 살던 평범한 이들이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다니. 


 인간의 죽음이 어느 하나 슬픈 사연이 없겠냐만은, 유독 아프다. 이 섬을 둘러 싼 사연들로 죽은 사람들이 말이다. 불과 10년도 안 된 그 시절에 죽은 이들까지 말이다. (하필 나는 그들의 죽음 한 가운데에 있기도 했다)


 아마도 나는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글을 통해 제주4.3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할 것 같다. 4,3유적지들을 답사하고 누군가 제주 여행을 하겠다면 그곳들을 소개하겠다. 작가 '한강'이 광주와 제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베트남'을 운 띄웠듯이. 그런 작가적 소명은 처음 제주4.3에 대한 글을 썼던 2013년부터 내게 주어진 운명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사연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말하고 싶다. '돈'만 이야기하고 돈이 되는 세상에서 말이다. 그것이 내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의 목적이다. 


 그리고...


 다랑쉬오름, 언제가는 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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