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냥 쉼 청년

사회심리학 속 나의 연애

by 뒤틀린

기사에 따른 현 2030 연애 관련 통계:

- 29.9%가 연애 경험 없음

- 75.8%가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음

- 경제적 원인 17.2%, 이유 없음 15.8%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229512023


완전 내 얘기잖아? 나는 한동안 연애를 쉬려고 한다.

내 친구들은 마치 금주를 다짐하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1-2주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하더라.

그래도 어느덧 2달이 다 되어간다.

항상 시작은 쉽고 끝은 어려웠는데 이제는 순간 호감을 가져도, 소개팅에 나가도 선뜻 다가서기가 어렵다.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 아가페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상대방은 과연 그럴까?

나는 항상 자신 있었는데 매번 상처받았잖아. 돈이 어떻고, 성격이 어떻고.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당히 착하게 하라는 말은 무슨 말이야?

나는 도대체 어떤 연애관을 가져 아하는 걸까?



"요즘에는 자산만으로는 안 돼요"

최근에 Mnet에서 방영한 커플팰리스라는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았는데,

남녀 각각 30명이 출연하여 트레인에 나온 이성의 외모, 스펙, 직업, 자산을 돌아가면서 소개한다. 트레인에 서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매칭이 되는 시스템이다. (남자 트레인의 종류로는 전문직, S사, 키 188, 상남자, 소년미, 자산가 등이 있어서 굉장히 노골적인 맛이 있었다.)

쇼에 패널로 나온 결혼정보회사 종사자분께서 하시는 말씀으로, 예전에는 남자는 자산만 많아도 괜찮았는데 요새는 외모, 성격도 중요하게 본다더라.

아니, 자산만 본다 해도 껄끄러운데 그냥 다 본다는 말 아니야? 저 말을 듣고 누가 감히 연애를 하고 싶을까? 이 쇼가 인기를 얻는 사회심리 자체가 연애, 결혼 성사에 대해 부정적인 현 풍조를 적극 반영하는 듯했다. 또한 '연애 그냥 쉼 청년'을 호소하는 나는 그저 그 시류에 편승한 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혹은 사회가 어떻든 간에 내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고 사랑을 해왔으나, 경험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생각과 시대의 흐름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면 그냥 시류에 맞춰 살면 되나?"

인생을 살며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거나 가치관이 바뀔 때, 종종 시류에 편승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여기서 시류는 정치, 거시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의한 풍조나 사람들의 경향 등을 모두 포괄한다.)

나는 유행을 따라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에 내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 추구하는 걸 보면 곧 사람들한테도 유행이 되거나 이미 유행이거나. 그랬다. 참 신기하다. (미디어의 영향도 꽤나 클 것이다.)

몇 년 전에는 러닝이, 잠깐은 오마카세가, 그 이후에는 테니스가, 다시 한번 러닝이, 그리고는 야구가, 그다음엔 락밴드가. 그리고 지금은 연애가 그렇다.

내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온전히 내 것으로 가져오려면 사회심리학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온 나라의 정치, 거시적인 경제 흐름이 내가 하는 일,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이 거대한 시류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네 사회심리성향은 무엇인가? 저는 (2, -2, -2, 2)입니다."

내가 사회심리학적으로 어떤 성향인지를 체크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 MBTI 검사처럼 사회심리에 해당하는 부분들을 나누어 그것들의 대표적인 질문들을 만들어보았다.


1. 정치적,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하였을 때,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정부, 국회, 외교, 전쟁 등)

매우 둔감 (-3) ~ 매우 민감 (3)

2. 소셜 미디어의 유행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챌린지, 패션, 놀이, 여행, 연예 등)

매우 둔감 (-3) ~ 매우 민감 (3)

3. 직장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얼마나 배제하고 순응하는가? (의견 표출, 업무 기획, 이직 염두 등)

매우 반항 (-3) ~ 매우 순응 (3)

4. 배우자, 연인, 가족으로부터 얼마나 의존적인가? (개인 시간, 취향, 질투심 등)

매우 독립 (-3) ~ 매우 의존 (3)


어느 한쪽이 꼭 좋고 나쁜 것이 아니다. 사회에 순응하는 만큼 안도감과 소속감을 가지며 문화에 더 녹아드는 유대적인 삶을 가질 수 있다. 사회에 민감한 만큼 해당 분야에서 많이 깨닫고 자아를 실현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각 분야에서 얼마만큼 민감한지를 알고 어떠한 방향으로 추구할 것인지를 잘 고민해 둔다면 어지러운 세상에서 비루한 내 삶을 탓하며 한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못된 말로 상처를 주는 일을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정치적, 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한 편인지라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 및 경제적 위기 속에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내 미래에 대해 마냥 성공을 꿈꾸고 낙관적인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으로 많이 바뀌었다. 또한 연인 관계에 꽤나 의존적인 편이라서 상대방이 나에게 했던 말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온전히 공감하고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 능력, 결혼, 직업 등에 대한 압박을 느끼며 무리한 도박과도 같은 우를 범했다. 잠시동안 파멸적인 시간을 맞이했던 것 같다.


복잡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와중에 나를 챙기는 데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잠시동안 '연애 그냥 쉼 청년'이 되어 누군가에게 더 상처 주거나 상처받기 이전에 나를 조금 더 알아보고 보살피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어딘가 내 운명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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