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상태가 되고 싶어요

불안, 각성 그리고 공황

by 뒤틀린

네온사인에 빛이 나는 원리를 아시나요?

네온 기체가 있는 관에 전류가 흐르면 원자핵 주위를 돌던 전자는 에너지를 흡수하여 확! 들뜬 상태가 되고 다른 원자핵과 부딪히면서 바닥 상태가 된다.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로 확! 내려가는 에너지만큼 광자를 방출하여 네온사인이 밝게 빛을 발한다.


“바닥 상태가 되고 싶다..."

유튜브로 과학 관련 영상을 보던 중 위 원리를 몇 년 만에 다시 접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그저 공식을 암기하며 빛의 파장값을 구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바닥 상태가 되고 싶다..."라는 웃기는 감수성이 생겨버렸다.

전자구름 속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로 내려가며 빛을 내는 꼴이 부러웠다. 불안 가득한 안갯속 각성 상태에서 안정 상태로 편안해지고 싶었다.


무슨 과학의 날 글짓기하는 것 처럼 오글거리긴 하지만, 마치 들떠 있는 나의 불안, 각성 상태가 나를 그만 괴롭혔으면 하는 나름의 진심이 우러나온 듯 하다.


사람이 각성 상태를 길고 오래 유지하면 불안도 습관이 된다. 나도 모르게 생긴 걸 처음에는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습관의 진단명은 공황장애”

✨ AI 개요
공황장애는 갑자기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예측할 수 없이 반복적으로 공황발작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갑자기 뇌에 바늘이 깊게 푹 찔린듯한 느낌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을 감싸며 자율신경이 활성화된다. 웃기게도 심장이 뛰고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를 만들어낸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을 기억에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준다.


공황 장애의 가장 무서운 점은 내 생활반경과 활동범위를 조여 오는 것이다.

출발 직전 비행기 탑승구에서 갑갑한 비행기 기체로 들어가는 게 막연히 두려워졌을 때, 버킷리스트에서 먼 나라들을 모두 지워내야만 했다.

단체활동 중 공황이 찾아온다면 나도 곤란하고 사람들도 곤란하니까 점점 무엇을 하든 혼자있고 싶어진다.


공황 증세가 심해질수록 집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생활 반경은 점점 줄어들고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점점 줄어든다.



“쉬엄쉬엄”

불안한 건 뭐고 각성 상태는 뭘까? 불안하다는 것은 위험을 인식하여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정신적, 신체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각성 상태는 유발된 정신적, 신체적 반응을 온전히 느끼는 상태이다.


본인이 어느 순간 이유도 없이 불안하다면 하루에 몇 시간 각성 상태에 있는지, 마음 편히 쉬는 날은 있는지 확인해 보아라.

정도가 심하고 빈도가 높고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면 불안 장애, 공황 장애로 이어진다. 각성 상태가 익숙해져 버린 몸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망가진 뇌는 회복되는데 2년이 걸린단다. 하지만 아팠던 기억은 더 오래간다. 또 안 좋은 경험은 상처로 남아 회복이 더디게 만둔다. 젊다고 무작정 구르지 않고 때때론 좀 쉬엄쉬엄 일하며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피식 웃을 수 있어요?“

우울, 불안 등 몇몇 정신질환은 원래 내가 힘들어하던 상황에 피식 웃을 수 있다면 완전히 치료가 된 거라고 한다.

선생님 말씀 따라 명상도 해보고 심호흡도 해보고 잠도 잘 봤는데 피식 웃지는 못했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일을 쉬어야 한단다. 불인정.


외부적 요인이는 내부적 요인이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언젠가는 이 들뜸이 끝나겠지. 나도 언젠가 원자핵을 만나 바닥 상태로 내려가며 빛을 내겠지. 더 멋진 빛을 내기 위해 더 높이 더 오래 들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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