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기로운 기록 생활

by 러브파리

기록은 나의 가장 오래된 습관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중에 하나이다.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된 기록 생활은 나의 일상에서 밥을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즐거운 일이 생기면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극복하기 위해 기록하며 머리가 복잡할 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기록한다. 오랜 시간 나의 기록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록하니까 좋았던 경험들이 계속해서 쌓였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모을 수 있었던 기록 생활은 지금의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나의 첫 번째 기록 생활의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에 시작된 책을 읽고 필사하는 것이었다. 그 시절 나는 좋아하는 책의 내용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는데 읽고 나면 책의 내용과 나의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게 싫었다. 그래서 작은 노트에 좋아하는 구절들을 옮겨 적기 시작했고 노트를 빼곡히 채우는 순간들에 행복감을 느꼈다. 그렇게 책이 내 마음속에서 나의 노트에 담기는 기쁨을 알게 된 그날부터 ‘기억은 잠시지만 기록은 영원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나의 기록 생활은 시작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록의 시간은 새벽 시간 명상과 함께하는 모닝 글쓰기 시간이다.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서 쓰는 기록의 시간은 내 삶에 있어 너무 소중하다. 줄리아 캐머런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사람은 자고 일어난 직후 45분간 동안 방어기제가 약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생각들도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글쓰기는 머릿속의 생각들을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내면의 잡음을 제거하고 창의성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3년 동안 계속해오고 있는 모닝 글쓰기를 통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싫어하는 일, 내가 미루고 있는 일들, 내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하며, 이 과정을 통해서 반복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나와의 아티스트 데이트 데이를 정해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찾고 그 시간을 작지만 창조적인 일에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시작한 기록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기록하는 육아 일지이다. 육아 초반에는 수유 일지, 이유식 일지, 성장 일지 등을 기록하였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부터는 매년 다이어리를 구입하여, 내가 기억하고 싶은 아이의 매일을 기록하고 있다. 짧지만 매일 속 아이를 기록해두는 순간이 나에겐 참으로 소중하다. 한 해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기록해 두고, 아이가 20살이 되는 날 그간의 기록 일지들을 선물해주려고 한다. 수년간 아이의 매일이 기록된 육아 일지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20대부터 꾸준히 기록해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일상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내가 사랑하는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여행일지이다. 나의 여행 일지는 혼자 하는 여행에서 둘이 하는 여행이 되고 이제는 셋이 함께하는 여행의 순간들로 기록되고 있다. 모든 요일의 기록에서 김민철 작가는 작가소개에 ‘일상을 여행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첫 문장 뒤에 ‘글을 쓰며 다시 기억을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나 또한 여행을 다녀온 후에 여행일지를 쓰며 그 시간들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다시 여행을 하게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여행일지를 쓰면서 여행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한 가족에 대한 소중한 마음도 함께 기록하는 것은 나에게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나는 책을 읽는 것만큼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안예진 작가는 ‘독서의 기록’에서 꿈을 이루는 가장 지적인 활동을 독서의 기록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독서 기록이 단순한 취미와 일상의 일부가 아닌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이루기 위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에게 독서 기록은 나를 일으켜준 문장들,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영감의 문장들, 내게 닿은 좋은 문장들, 믿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록들을 조금 더 확장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앞으로 하게 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에 활용해 나만의 콘텐츠가 될 기록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김신지 작가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에서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 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 앉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요일은 결국 매일이다. 살아가는 모든 시간 들이며 일상 그 자체이다. 나에게 있어 기록의 시간은 그저 살아가며 흘려보낼 수 있는 순간들을 다시 재조명하며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그러한 시간들은 나의 인생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쏟지 않도록 반대로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는다. 그건 곧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나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나의 슬기로운 기록 생활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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