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시마 여행기

2. 험난한 여정

by 조운생각

작년(2024년)에 새로 생겼다는 '도쿠시마'로 가는 이스타항공 직항이 아주 저렴했다(왕복 10만 원).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이야~ 뭘 더 생각할 게 있을까? 바로 질러버렸다. 그 도시에 대한 정보 검색은 나중 일이다. 일단 싸고, 가깝고, 내가 원하는 서핑과 먹거리가 있으면 됐다.


비행기 티켓 다음은 호텔인데,

잠만 자면 되는 호텔에 돈 쓸 일 없는 나는 남성들이 떼를 지어 잠을 청하는 도미토리(하룻밤에 2만 원)를 잡았다. 그다음은 서핑 렌탈샵 알아보기, 그다음은 서핑할 몸만들기(푸시업 하루에 20개 정도..?), 그다음은 거기서 읽을 책 한 권 고르기.

여행 준비 끝.

간단하쥬?


이스타항공에서 정해준 비행기 시각은 아침 7시 35분이었다.

흠.. 집에서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해야겠군.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고 최소한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할 테니.


산티아고 여행 때 매고 다니던 가방에 대애충 속옷 몇 개, 갈아입을 옷 몇 벌 넣고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아씨... 우산을 챙겨, 말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언제 버려도 좋을 낡은 우산을 들고 나왔다. 이 우산이 킥이었다. 도쿠시마에 가보니 무슨 장마철도 아닌데 쏴아아 비가 쏟아졌고, 난 그 낡은 우산을 두 손으로 꼭 붙들고 다녔다. 여튼 집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렇게 우산을 들고 배낭을 메고 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버스가 6분 뒤에 도착한다고 알림판에 떠 있었다. 좋아, 그럼 나는 6분을 아끼기 위해 오늘 도쿠시마에서 뭘 먹으면 좋을지 검색을 하겠어! 도미가 유명하군. 라멘에도 도미, 밥에도 도미, 도미회도 있고, 이번 기회에 도미 마스터가 되어 돌아오자!

그런데 10분, 20분이 지나도록 버스가 오질 않는다. 뭐야 이거...


빨리 이 버스를 타야 그다음 갈아탈 공항버스를 안 놓치는데, 망할 버스가 이 새벽에 차가 막히는지 오질 않는다. 네이버 지도로도 확인해 봤지만 내가 타야 할 버스는 검색이 되질 않았다.

'택시를 타야 하나'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국 오기는 왔다. 망할 버스.

그리고 공항버스를 놓쳤다.

망할 놈들!

sticker sticker


2시간 전에 도착하려고 일찍 나왔건만 1시간 전에 간신히 도착한 인천공항(T1)에서 헥헥거리며 이스타항공(H24)으로 뛰어갔더니 '손님이 마지막이세요. 이제 탑승수속은 마감합니다'라며 승무원이 곱게 웃는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나는 또 화장실로 내달렸다. 버스에서부터 배가 아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난데없는 정신력 테스트를 하면서 왔던 것이다. 화장실 입구에 가방을 냅다 던지고 급하게 바지를 내리자 비로소 안도의 소름이 돋았고, 내 마음과 함께 괄약근의 흥분도 가라앉았다.

'그래. 이제 됐어'

아까 늦었던 버스들을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한다. 다 잘 해결되었으니 이번 한 번만 너희들의 죄를 사해주겠노라. 헙...!! (화장실에서 배에 힘주는 효과음)


한산한 비행기에서 꾸벅꾸벅 몇 번 고개를 흔드니 벌써 도착했다.

이렇게 쉬운걸 참 어렵게 왔다. 여느 인생이 그러하듯.

지나 놓고 보면 별거 아닌데 왜 그땐 그렇게도 유난스러웠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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