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10월 29일 나는 일년에 걸릴까 말까하는 감기에 걸렸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속 누워있었다.
이태원에 가기 전날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런 일을 당하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을거다.
나도 이번주에 아플 예정에 없었다.
나에게는 최선의 상황에서의 계획만 있을 뿐이다.
나는 늘 건강할 것이고, 오늘보다 더 좋은 몸상태여야만이 할 수 있는 계획들을 세워뒀으니,
나의 계획에 아프거나, 더 불운하게 사망하게 된다는 변수가 있다면, 나의 모든 계획들은 끝이난다.
아픔이나 죽음에는 플랜a,b,c,d 조차 있지 않으니까.
어렵게 세상에 태어나고 쉽게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인생에서 나는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번 참사를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은 인파 안에서 내가 숨을 쉬지 못하고 몇 초 사이에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일거다.
누구나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100퍼센트 없다.
우리는 늘 오늘 최상의 이 모습을 유지 한다는 보장이 없다.
늙고 병들거나, 그렇지 않고 젊어도 나는 언제던지 어떤 이유라도 갑자기 세상에서 살아있지 않은 존재, 흙과 같은 존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갑자기 이태원에 가고 싶을 수도 있었다. 생전 가고 싶지 않다가 마지막 20대라고 이태원에 친구와 갈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사고에 당할 수도 있었다.
뉴스에서 사람들이 그러게 왜 이태원에 갔냐고 질타를 두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친구일수도, 가족일 수도 있었다.
늘 이태원에 가다가 그 날 안간 사람도 있겠지만 한번도 가지 않다가 처음 가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안에 무력하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건 나, 친구, 가족이 아닐 보장이 없다. 슬프지만 그렇다.
아무리 내가 피하려고 노력한들 피했다고 한 곳에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른다.
수만가지 상황안에서 내가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행운아거나 선택받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언제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끝을 마주할 수 있다.
순간 놀래 눈을 감은 그 찰나에 죽을 수도 있다.
참사로 세상을 떠난 사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어느 시간 갑자기 그렇게 된거니까.
결국 우리는 언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끝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뉴스에 나오는 누군가의 일처럼 여길 순 없다.
이렇게 사고가 나고 한동안 조심하고 마음에 애도를 하고 살다가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겠지만, 수많은 변수들로 우리의 인생이 한순간에 끝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남겨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 하루에 감사하고, 그리고 혹시라도 불운의 사고나 아픔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최악의 상황황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남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다.
그 사람은 본인일 수도,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내 인생에 더 좋은 일만 일어나고, 평범한 삶보다 오히려 내가 겪어보지 못한 모험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그렸었다. 평범한 삶은 싫었다. 그런데, 어쩌면 사고없이 아픔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건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삶을 꿈꿀 수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평범함을 꿈꿀 수도 없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상상이 잘 안되긴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하니, 내가 겸손하지 않고 불멸의 존재로 스스로를 생각한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앞으로 아프지도 않을 것이고 사고가 나지도 않을 것이고 계속 건강해지고 더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는데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수많은 확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하나님이 아니기에 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일 아무 일 없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고 가족, 친구, 동료도 아무일 없이 평범하게, 어쩔 땐 서로 안좋은 마음을 갖더라도 서로 매일 얼굴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을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유가족, 친구의 마음을 내가 그들만큼 알 수는 없더라도, 어쨌든 평범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이 시간이 언젠가는 끝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면 오늘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분들이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쉴 수 있길 바랍니다.
부상자분들이 회복하고 다시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