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이제 추억만 남은 진돌이
아래의 글은 2018년도 8월에 내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지금은 달구라는 아이가 나이가 많아져서 케어하느라 잠시 잊고 있다가, 마당 돌이로 산으로 들로 쏘 다니는 양평살이를 나와 함께 시작했던 진돌이가 생각나던 중 블로그에 글이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 기억이 가물거려 글을 썼던 것조차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끔 영리했던 진돌이를 떠올린다. 마치 우리 가족을 지켜줬던 든든한 청년 같았던. 너무나 똑똑해서 사람말을 할 것만 같았고. 멧돼지도 쫒고 고라니, 오소리, 족제비, 두더지, 고슴도치의 존재까지 알려준 용감한 녀석이다. 낯선 사람이 오면 딱 옆에 붙어서 예이 주시하다가 주인이 위험한 것 같으면 앞에 막아서기도 하고. 언젠간 끝이 있다는 걸 제일 먼저 알려준 진돌이가 요즘 부쩍 생각난다. 달구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라...
달구의 편한 마지막여정과 앞서간 진돌이를 생각하며 그때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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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돌이가 16세를 못 넘기고 떠났습니다.
떠나기 전에 너무 많이 힘들었습니다.
진돌이도 나도...
이날이 마지막일까 싶어 떨어져 있는 아이들과 인사시키려고 퉁퉁 부은 얼굴을 사진 찍었는데 그 이후 한 달 정도를 더 살았던 거 같네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 그래도 나 편하라고 길을 떠났습니다.
치매가 시작된 지는 2년 정도 된 거 같습니다.
잘 넘어지고 밥을 안 먹기 시작하더라고요.
관절염인가 싶어 약을 먹이니 좀 낫나 싶었는데 밥을 잘 안 먹고 집에 웅크리고 있는 건 점점 심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기가 이제 떠나야 하겠다 생각한듯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억지로 먹였습니다. 많이 먹진 않아도 기력을 찾더라고요. 그렇게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겠다 생각했는데 불안하거나 흥분되면 마당을 밤새도록 돌아다니더니 그 증세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그러다 지치면 마당 아무 데나 쓰러져 버둥거리는데 일어날 힘이 점점 떨어져 갔습니다.
재워주고 옆에서 다독여 주면 거의 지쳐 쓰러져 잠이 듭니다.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면 깊은 잠을 아침까지 자지만 뉘여만 놓고 들어오면 어느새 또 마당을 돌고 있어 새벽에도 가끔 나와서 재워보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얘들 챙기고 내 일하러 가고 가끔 있는 집안 행사나 외출이 있을 때 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개도 치매가 걸린다는 거 생각도 못 했었는데 천하에 똘똘하고 영리한 충견 진돌이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넘어지고 수풀 사이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가끔은 냇가에 떨어지기도 하다 보니 온몸이 상처 투성이었습니다.
집안에 가두어도 보았는데 헐떡이는 숨이 불안감에 곧 넘어갈 것만 같았습니다.
비 오는 날은 비를 쫄딱 맞고, 그러다 뉘어줄 사람 없으면 그 비를 맞으면서 마당에 쓰러져 있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속상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가슴도 아프고 몸도 힘들지만 진돌이는 그 와중에도 저를 알아보고 빙글빙글 돌며 내게 와 다리에 머리를 댑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다른 기억은 다 잃어가는데 우리 가족과의 인연에 대한 기억은 본능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어느 날 쓰러진 후 버둥거리다 체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 지쳐 마지막 길을 떠났습니다.
힘들고 무식해서 짜증 내고 내가 내게 화가 나 소리 지르던 시간들이 후회되며 서서히 굳어가는 진돌이를 안고 많이 울었습니다.
다시 못 올 길로 떠날 줄은 알았지만, 곱게 이별하기를 원했는데 이렇게 떠나는 진돌이를 보니 미안해서, 끝까지 참지 못한 못난 엄마라서 많이 미안했습니다.
49일을 지내고 또 2주가 흘렀습니다.
이제는 다른 몸을 받고 태어났을지도 모르지만 진돌인 영원한 나의 말썽쟁이 반려견입니다. 악연은 다 버리고 좋은 인연으로 만나길 온 우주에게 소원합니다.
진돌이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인연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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