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우울 모드에서 돌아오는
5가지 방법

형이상학적 육아일기

by K Y Shin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카르페 디엠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현재를 즐겨라, 미래에는 최소한의 기대만 걸어라.








첫째가 태어나고 100여 일간, 아기 곁을 채 30분도 뜨지 못했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처음이라 몰랐다거나 가족들의 도움이 미덥지 못해서라기에 어떤 것도 당시 내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삶을 대하는 내 방식대로 최선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게.. 좀 지나쳤을 뿐이다.



그렇다고 8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헛되지만은 않았다. 밤잠을 재우거나 분유를 먹이며 산후 도우미,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스러웠지만, 결국 엄마인 내가 곁을 지킨 시간들이 아이에게 가장 편안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을 향한 신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니까, 그거면 되었다. 그럼에도 반쯤 정신 나간 그 바보의 귀에 속삭여본다.



"야, 정신 차려. 숨 좀 쉬어. 흉곽이 앞뒤로 벌어지도록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라고! 아이는 한 공간 안에 있는 너를 느끼고 있으니 1초 만에 달려오면 될 것을 0.1초에 달려오려고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그러고 있지 말란 말이다. 하루 종일 너만 바라보고 웃거나 울기만 하는 줄로 착각하지만 그 안에는 충만한 영혼이 있으니 당장은 정신 나간 인간처럼 느껴지더라도 더 많이 대화를 시도하란 말이다. 차갑고 도도한 도시의 여인으로 사는 것이 멋진 줄만 알았던 무지렁이 네게 사랑과 다정함을 한가득 부어줄 분이 네 눈앞에 이리 오셨지 않느냐! 아이가 필요한 것들을 다 채워주고도 왜 밤 11시만 되면 우는지, 배앓이인지, 어떻게 해야 네가 편안할까 울지 않을까 조바심도 자책도 말고 그저 꼬옥 안고 같이 울어도 괜찮다고!"




이에 더하여 산후 우울, 육아 우울 무드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방법들을 옆에 써붙여주고 싶다. (남편에게 자주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좋겠다.) 보통 이야기하는 잠을 충분히 잔다거나 가족들의 도움을 최대한 받거나 하는 방법이 진리지만, 다시 돌아가도 잘 안될 것 같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정리임을 밝힌다.



1. 심호흡을 한다.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내 근육 켜켜이 달라붙은 피로함과 혼자 무인도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도 같이 내보낸다.


2. 감정의 흐름대로 실컷 울거나 웃어본다.


3. 충격적인 체력, 볼품없는 몸뚱이는 2년 여 흐르면 충분히 회복된다고 스스로 말해주며, 단 10분이라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후에 반드시 아이 엉덩이 크림이든 뭐든 내 몸에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아 발라준다.


4. 지금 이 시간이 반복적 단순 노동이나 무의미한 시간이 아님을, (구구절절 소아 발달 단계의 문제를 떠나) 한 영혼을 맞이하고 지키고 모시는 숭고한 작업 중임을 매일 스스로 말해준다. 무엇보다 아이와 부비는 시간들이 모두 아이의 정서에 녹아든다는 것을 새긴다.


5. 죽음을 코 끝에 둔다.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시간 대비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고려하여 [어바웃 타임]이나 [미라클 벨리에], [보이후드] 같은 영화를 보며 오늘과 내일의 경계나 끝이 없어 보이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찰나의 순간이며, 몇 번이고 곱씹어볼 추억이 될지 깨닫는다.




덧. 아이는 심심해서 울 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고로 계속 대화도 하고 노래도 불러준다. 몇 개 기억도 안나는 동요 말고 그냥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준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신나는 우리 아이들을 지도한답시고 큰 목소리를 내고 싶은 순간에도 기억하자. 이미 나의 마지막 숨 또한 시공간 어딘가에 흩어져 있음을. 나는 너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심호흡을 하고, 몸과 마음을 챙기고,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하며 너와 내가 보내는 아름다운 오늘만을 그려보자.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