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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 LOVE MONDAY Apr 06. 2016

Prologue :
그저 비행기가 타고 싶었던 소년

나는 왜 세계일주를 하고 있나?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를 들으며 가요TOP10을 좋아하던 소년

국민학교 4학년 체육시간 때였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잠깐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하늘 위로 새하얀 비행기가 한대 지나갔다.

'아. 비행기 타보고 싶다'

부자집 반장 녀석은 방학동안 동남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단다.

어린 마음에 그 놈이 어찌나 부럽던지 겉으로는 아닌 척 '응. 그래?' 라고 얘기했지만 가슴 속은 시샘으로 가득찼다.


힘든 막노동 일을 하시는 아버지, 그리고 억척같이 세식구 먹여 살리기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

못배운게 한이시라며 아들 하나만은 꼭 화이트컬러로 키우고자 하셨던 두분은 소년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셨다. 당장 굶어 죽을 정도로 빈곤한 가정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휴가철에 어디 가까운 국내라도 다녀올 정도로 삶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고된 노동으로 지친 부모님의 삶의 무게를 지탱해 주던 것은 티없이 밝게 커가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평생 제주도 한번 못 다녀온 부모님 앞에서 비행기 타고 싶다고 얼토당토 않은 투정을 부릴 나이는 이미 지나 있었다.

소년은 그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심 소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평생을 따라 다녔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

Diu에서 만난 작은 소년

소년이 첫 배낭여행을 떠난 것은 2005년 늦가을이었다.

20세기 마지막 학번들이 대학을 차츰차츰 떠나고 그 빈자리를 21세기 소년소녀들이 매꿔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의 낭만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집회, 학생회, 농활, 동아리 등의 단어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옅어져만 갔고, 취업, 학점, 금주, 금연등의 단어들이 교정를 채워갔다.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소년은 매일 술자리를 찾아 어슬렁 거렸고, 알콜에 취한 캠퍼스의 모습이 대학의 낭만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여느때 처럼 비틀대던 소년은 캠퍼스 구석에 붙어 있던 작은 광고를 보았다. 


"Incredible India, 인도를 경험하세요"


한달간 아버지가 일하시는 농산물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 100만원으로 소년은 40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인도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디우(Diu)에서 만난 어부의 아들. 티없이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던 그 소년의 모습에서

10년전 운동장에서 뛰어 놀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이 이미 훌쩍 커버린 소년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21살 소년은 아직 여행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어리고 미숙했다.

향수병은 빠르게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델리에서 남은 여행 시간을 채우며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혼자 여행 중인 그녀를 만났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밝은 미소를 가진 그녀가 그는 좋았다.

공통점이 많았던 둘은 쉽게 친구가 되었고 이틀동안 세상의 고민을 모두 털어내듯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어디선가의 우연을 기약하며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꿈에 그리던 여행을 시작하다


8년의 세월이 흐르고 우연은 인연이 되었고 인연은 연인이 되었다.

2년간의 열애 후에 소년과 소녀는 결혼을 하였고, 매일 밤 서로의 꿈을 속삭였다.

가슴 속에 방랑의 불꽃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니 잠잠했던 두개의 휴화산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듯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연예의 감정만큼 여행에 대한 갈망도 뜨겁게 흘러 내렸다.


각자 회사 생활을 하며 언젠가 실현할 세계일주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갔다.

그리고 고단한 주중 생활이 끝나면 주말마다 10년 전의 인도의 채취를 그리워했다.

빠하르간지의 먼지 냄세, 다채로운 동물들의 분뇨 냄세, 향신료 냄세, 우다이뿌르 호수의 밤 하늘의 모습까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1년반 동안 세계일주 떠나는 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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