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w.이루다
개꼰대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가 대접받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다며 싹싹하지 않은 어린 친구들을 나무라고, 본인은 더 힘든 사회생활을 했으니 힘들어도 견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세상을 바꾸는 건 참지 않는 젊은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상사의 말이 곧 법이던 시절― 실수 한 번에 온갖 쌍욕을 듣고 부장님이 날린 서류에 얼굴이 긁히고 심하게는 뺨을 맞아도, ‘원래 다 이런 거지.’ 저항은 언감생심 묵묵히 버텨야만 했던 옛날에 비하면야, 21세기 2020년대의 회사 생활은 정말 편하게만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옛사람들이 겪은 일에 비해 상팔자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 시절로 돌아가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그만큼 힘들었으니까, 너희도 똑같이 힘들어 봐야 한다는 건가요? 왜죠? 그건 단지 못된 심보입니다.
사무실 내에 근로장학생이 1명 있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오거나, 영수증을 붙이고, 문서 파쇄, 사무실 청소와 같은 잡다한 일과 심부름이 업무였어요.
하루는 외부 업체 사람이 방문해서 학생이 차를 내왔는데, 뭐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업무 회의가 끝나자마자 시비를 걸기 시작하더군요.
개꼰대 : 너는 기본 상식이 없니?
젊은이 : 네?
개꼰대 : 차를 내오면서 어떻게 컵 받침을 하나도 안 해?
젊은이 : …….
개꼰대 : 저번에 청소할 때 순서도 틀려. 제일 먼저 팀장님 책상을 닦아야 하는 거 아니니?
젊은이 : …….
개꼰대 : 그리고 네 책상은 또 왜 그렇게 지저분해? 정리 좀 하고.
젊은이 : …….
개꼰대 : 대답 왜 안 해? 내 말이 못마땅해?
젊은이 : 아니요, 주의하겠습니다.
개꼰대 : 설거지도 그래. 너는 집에서 설거지 이렇게 하니?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듣는 제가 다 스트레스받아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이해하려는 건 아니지만, 개꼰대가 윗사람을 대할 때를 보면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는 있었습니다.
그의 상사가 한사코 괜찮다고 하는데도, 500ml 페트병 생수를 따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입까지 직접 가져다주더라고요. 상사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피할 정도로요.
그리고 윗사람이 커피를 마시려고 할 때마다 마치 먹여줄 기세로 컵 받침에 올린 잔을 들어주거나 두 손으로 받치고, 더워서 땀을 흘리면 휴지나 물티슈를 들고 닦아주려 다가가는 걸 보고는 할 말을 잃긴 했습니다.
평생 저렇게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이니 시대에 못 따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져서요.
하지만 본인이 했던 사회 생활상을 젊은이들도 그대로 답습해야 하는 걸까요? 권력 앞에 무릎이 해지도록 엎드리고, 윗사람이 죽어라 하면 죽는시늉이라도 해야 하고, 상사의 입에 들어가는 사소한 것까지 먹여줘야만 하는 그런 모습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건가요?
사무실에 아무도 없을 때조차 순서에 따라 상위 직급의 책상을 먼저 닦아야 하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어도 퇴근 전에는 깨끗하게 치워서 말끔한 책상을 유지해야 하고, 상사의 말은 무조건 넵넵 복종해야 하고.
게다가 설거지는… 너무 갔죠? 그쵸? 설거지 담당으로 채용된 거면 모를까, 왜 남이 먹은 그릇 설거지까지 해야 하냐고요.
애초에 근로장학생 업무 자체가 너무 잘못됐죠. 영수증 붙이고 문서 파쇄와 같은 잡일은 사무 업무 일부이니 그렇다 쳐도 커피 심부름, 청소, 설거지….
어려운 일 아닙니다.
커피나 차? 마시고 싶은 사람이 타 마시면 됩니다. 컵 받침을 필수로 하든 테이크아웃으로 사 오든, 마시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청소?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스스로 해야죠. 내 자리 어디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알아요, 지저분해도 깨끗해도 그 자리 앉은 사람 성향입니다.
설거지도 마찬가지, 본인이 입 대고 마신 컵을 누구더러 닦으라고 합니까?
과연 기본 상식이 없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개꼰대가 말하는 기본 상식이라는 건 어느 시대에서 통용되던 상식인가요?
더 가관인 점은 개꼰대는 절대 자신이 개꼰대고 괴팍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들은 그저 요즘 애들이 전부 버르장머리가 없고, 기본적인 예의가 없으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반대로, 개꼰대 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기본적인 예의가 있으시고요? 요즘 젊은것들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건 버르장머리가 있는 말인가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어리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시키는 본인은 할 줄 아는 게 얼마나 많으신지.
예전에, 공무원이 주로 근무하는 기관의 기념품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고위공직자가 단체로 방문하는 행사가 있어서 기념품을 사야 한다며 공무원 직원이 방문했는데요, 부연 설명도 없이 저에게 다짜고짜 장바구니를 건네는 겁니다. 들고 따라오라는 거죠.
얼떨떨하게 받고 따라가는데, 물건을 휙휙 집어던지더군요. 간혹 “이거.”라고 말만 할 때는 제가 물건을 집어서 바구니에 넣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계산대에서 어디로 언제까지 늦지 않게 가져와라, 포장 예쁘게 잘해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저는 공무원의 개인 비서로 채용된 게 아니었으니까요.
하물며 개인 비서라도 사람을 깔보는 태도는 삼가야 하지 않나요? 하는 업무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더 대단하거나 미천한 일을 하는 게 아닌데요. 더구나 공직자가 말이에요.
이처럼 개꼰대들은 아무렇지 않게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업신여기면서, 그런 행위를 자신들도 사회생활할 때 겪어봤으니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여깁니다. 오히려 그걸 버티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이 나약한 거라고요.
아니요. 분명하게 말하는데, 갑질입니다. 매우 무례한 행동이고, 그래봤자 진상일 뿐이에요. 진상짓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세상에서 도태되고,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괴롭힘이라고 인지조차 못 한 채 괴롭히던 바로 그 젊은이들이,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 갈 세대이자 이 세상을 바꿔나갈 주체니까요.
훗날 어린 친구들에게 외면받고, 무시당하고, 늙었다는 이유로 기피 대상이 되어도, ‘개꼰대’들은 억울할 것도 없죠. 당신들이 해온 짓을 업보로 고스란히 돌려받는 거니까.
그러니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요즘 애들, 어린 친구들의 무서움을 좀 알아야 합니다.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하세요. 나를 어려워하길 바란다면 먼저 어려워하세요.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쩔쩔매는 만큼 아랫사람에게도 잘 보이려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꼰대로 살아도 한 번씩은 좋은 사람 소리 들을 수 있습니다.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08화.
커버이미지: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1818)_Caspar David Friedrich